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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즈덤 네이처] 시간여행의 비밀, 웜홀:  인터스텔라, 어바웃타임, 그리고 과학이 말하는 불가능의 가능성

< FREEPIK 제공 >

[ 위즈덤 아고라 / 이수아 기자]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무심코 리모컨을 들었다.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영웅들의 이야기. ‘인터스텔라’나 ‘어바웃타임’ 같은 영화에서 시간 여행은 마치 차 한잔을 마시듯 여유롭고 유쾌한 주제다. 옛사랑을 만나러 간다거나, 핵심적인 순간으로 되돌아가 실수를 바로잡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력적인 판타지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웜홀을 통해 우주의 다른 곳으로, 그리고 ‘어바웃 타임’에서는 시간을 되돌려 다시 살아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시간여행은 마치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거침없이 주고받는 초현실적인 편지처럼, 물리학의 거대한 물음에 대한 아주 특별한 답변같다. 영화를 통해 우주의 극한을, 또 우리 삶의 평범한 일상을 좌표 삼아 시간의 흐름을 탐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는 우리에게 매혹적인 이야기를 선사하지만, 이러한 상상이 실제 과학에서는 어떨까? 또 과학자들은 이 대담한 상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영화 속 환상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마련이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견한 웜홀은 우리를 다시 한번 꿈꾸게 만든다.

우리가 알던 모든 것들 넘어서, 시간여행의 과학은 1916년 아인슈타인에게서 시작되었다. 중력장 방정식 솔루션에서 웜홀이라는 개념이 수학적으로 제안된 것이다. 웜홀(wormhole)은 지렁이(earthworm)가 흙 속을 통해 지름길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여, 우주 공간의 두 지점을 짧게 잇는 가상의 통로로, 시공간을 구부림으로써 이론적으로 시간여행을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이다. 1935년 수학자 플램과 아인슈타인 그리고 로젠에 의해 이론화된 ‘아인슈타인-로젠 브릿지 (Einstein-Rosen bridge)’는 웜홀의 초기 모델이다. 

웜홀의 더 깊은 역사를 파고 들어보자. 먼저 아인슈타인은 1907년 등가원리를 제안함으로써 중력과 관성력이 같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1915년에는 이를 확장하여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질량에 의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것으로, 빛의 굽힘 현상을 예측했다. 이윽고 1919년 영국의 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이 태양 주위의 공간이 굽어져 별빛의 휘어지는 현상을 관측을 통해 증명하였다. 또한, 블랙홀을 예측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블랙홀이란 강한 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좁은 공간이 심하게 구부러져 빛이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점을 뜻한다. 또한,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대상으로 알려져 있듯이, 전부를 밖으로 내보내는 대상인 화이트홀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이 제시되었다. 가설에 따르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질량이 화이트홀을 통해 다시 나오며, 이 두 현상을 연결하는 것이 웜홀일 수 있다고 한다. 블랙홀에 의해 무한히 압축된 질량이 화이트홀을 통해 방출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이트홀의 실제 존재에 대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초기에 퀘이사가 화이트홀로 여겨졌으나, 나중에 연구를 통해 그것이 블랙홀의 한 형태임이 밝혀졌고, 화이트홀 이론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론적으로 화이트홀의 지속적 존재를 위해서는 음의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실제 우주에서는 음의 에너지가 오랫동안 존재하기 어려워 화이트홀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관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화이트홀이 부정되었다고 웜홀의 존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에서 유도되는 웜홀의 해가 아주 순간적인 부분에서만 존재하므로 불안정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허나 킵손 박사에 의하여 웜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특정 조건과 이를 이용한 시간여행의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웜홀의 한 입구를 고속으로 이동시킨 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면서 “시간 지연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웜홀을 시간 여행에 필요할 만큼 크게 확대되긴 힘들다. 웜홀이 이론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으나, 그 크기가 10-33cm 정도의 양자 웜홀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웜홀과 양자 얽힘 현상 간의 관계를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다. 줄리언 소너 박사는 끈이론의 맥락에서 쿼크와 반쿼크 쌍이 생성될 때 동시에 소립자 쌍을 연결하는 웜홀이 생긴다는 현상을 밝혀낸 바 있다. 이는 우주의 기하학적 특성과 중력, 그리고 웜홀을 연결하는 새로운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이렇게 최근 연구들은 웜홀이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나, 현재 기술로는 이를 실현하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웜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조작하는 기술은 아직 인류의 손에 닿지 않은 영역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웜홀 없이 시간여행을 하면 되지 않은가! 

하지만 우주는 그러한 단순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주 공간은 그 규모에 있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광대함을 지니고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 km며, 태양까지는 약 1억 5천만 km 떨어져 있다. 이러한 거리는 가까운 천체들에 대한 것이며, 우리 은하 밖에 위치한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는 약 200만 광년에 달한다. 웜홀 없이,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 하더라도 200만 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웜홀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웜홀이 현실로 존재한다면, 먼 우주까지의 여행 시간을 현저히 단축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25 광년 떨어진 베가성까지의 여행이 8시간 만에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모든 것이 이론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며, 웜홀의 존재 자체가 물리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그 존재하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통과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민간 우주여행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불행히도 몇몇 사고가 이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오비탈사이언스의 화물 우주선과 영국 버진그룹의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십2가 발사 후 폭발하며 우주여행의 위험성을 다시금 상기시킨 것이다.

하지만 만일, 먼 훗날 모든 어려움을 딛고 타임머신이 개발된다면, 영화와 소설이 말하는 ‘시간 여행’과 ‘타임 패러독스’의 개념은 과학적 관점에서 가능한 일일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웜홀을 통해 시간 여행을 실현하며, 시간의 풍성함을 우주적 스케일로 확장시켰다. 조셉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식량난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심하는 인류를 위해 토성 근처 웜홀을 통해 새로운 생존 가능한 행성을 찾는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 탐사대의 파일럿이 된다. 그는 인간의 존재와 시간의 본성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타임 패러독스의 심오한 미스터리를 탐구하도록 유도한다. 반면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을 좀 더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차원에서 탐구한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이 영화는 주인공 팀 (도널 글리슨)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를 따라간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타임 패러독스의 문제가 논의된다. 개인적 선택이 역사적 사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가 우리 삶에 미치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말이다. 타임 패러독스는 미래의 사건이 과거의 사건에 영향을 미쳐서, 원래의 미래 사건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모순된 상황을 말한다. 가장 유명한 예는 “할아버지 패러독스”이다. 할아버지 패러독스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만약 한 남자가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자기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어떻게 될까? 할아버지가 죽음으로서, 남자의 아버지는 태어나지 못할 것이고, 그 결과로 남자 또한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남자는 어떻게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었던 걸까?

이러한 패러독스는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철학적 관점에서도 깊이 파고들어 분석되어 왔다. 시간 여행에 관한 이론 중 하나는,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더라도 과거를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과거의 사건을 변경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할아버지를 죽이려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로 끝날 것이다. 반대로, 또 다른 이론은 다중 우주(multiverse)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한다. 다중 우주 이론에 따르면, 과거로 돌아가 어떤 사건을 변경하면 그 순간부터 새로운 타임라인이 생성되어 원래의 우주와는 다른 별개의 우주가 된다. 즉, 남자가 할아버지를 죽인다고 해도, 그 결과로 생성된 새로운 우주에서는 남자가 존재하지 않지만, 원래의 우주에서는 여전히 남자가 존재하게 된다. 

실제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시간 여행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폐쇄된 시공간 곡률 경로(Closed Timelike Curves, CTC)”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특정 조건 하에서는 시간 여행이 물리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이론이 현실에서 구현될 가능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결론적으로, 시간 여행은 과학 이론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난관이 있어 보인다. 타임 패러독스와 같은 논리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필요한 에너지의 양이나 기술적인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시간 여행이 실제로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이처럼 시간 여행에 대한 탐구는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가능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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