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전 세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락사”… 한국의 입장은?

세계 여러 나라들의 안락사 법률

< FREEPIK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정서현 기자] ]2024년 4월 22일, 안락사 및 조력자살이 불법인 페루에서 희귀 퇴행성 질환으로 온몸이 마비된 40대 여성이 수년간의 투쟁 끝에 예외를 인정받아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희귀 퇴행성 질환을 겪고 있었고, 오랜 법정 투쟁 끝에 의료 지원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안락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히 뜨겁게 다뤄지는 주제다. 전남대학교 병원은 안락사를 ‘불치병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는 말기 환자의 죽음을 앞당겨 편하게 죽여주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더 이상 치료 가능성이 없는 사람의 치료를 중단하여 사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락사는 소극적 안락사, 적극적 안락사, 그리고 조력자살로 나뉜다. 소극적 안락사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장기이식을 위한 뇌사자로부터 장기 적출 등에 대한 허용을 의미하고, 적극적 안락사는 적극적 행위를 통해 직접 생명을 앞당기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조력자살은 타인의 조력을 받아 자발적으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뜻한다.

안락사는 세계적으로 느는 추세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기준으로 주요국 조력 자살 또는 안락사의 현황으로는 캐나다가 1만 64명으로 가장 높았고, 미국이 약 1,300명으로 가장 적었다. 게다가 점점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도 아직 소극적 안락사만 허용하지만 조력 사망을 합법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하는 것처럼 절차를 만들어가자는 논의는 지속되었다.

<동아일보 제공>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소극적 안락사만 허락하지만, 모든 종류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들도 있다. 네덜란드는 2002년 4월, 다양한 법원 판결을 통해 안락사법이 시행된 최초의 나라다. 네덜란드는 고통이 크고 견딜 수 없는 경우, 합리적 해결책이 없는 경우,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경우 등 6가지 조건에 다 부합할 시에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하여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이 법 이후,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은 2002년 1,882명에서 2017년 6,585년으로 약 2.5 퍼센트 정도 증가했다.

그중 안락사로 가장 유명한 나라가 스위스다. 스위스는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위스에는 디그니타스(Dignitas)라는 세계 유일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도와주는 비영리단체가 존재하고 있는데, 스위스는 이 단체의 행동을 허락한다. 디그니타스는 조력자살 방식을 사용하며 말기 암 등 치료 가망이 없는 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돕고 있다. 그리고 스위스는 2012년 기준 디그니타스는 한국인 신청자가 총 18명이라고 공개했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는 96개국에서 7,764명이 신청하였다.

이러한 추세와 달리 한국은 안락사를 대하는 태도가 소극적인 편이다. 한국에서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같은 소극적 안락사를 제외하고 모든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다. 연명치료 중단은 2018년에 시행되었다. 재판부에서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인간 존엄의 권리는 생존해 있는 동안뿐만 아니라 생을 다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도 구현돼야 하는 궁극적 가치”라며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더 부합한다”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안락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대학교 병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민의 76.3%가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하였다. 찬성의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 고통의 경감(고통을 덜게 하는 행위), 가족 고통과 부담,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 인권 보호에 위배되지 않음 등이 있었다. 반대 이유로는 생명 존중, 자기 결정권 침해, 악용과 남용의 위험 등이 나왔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2년 제정된 ‘임종 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의료윤리 지침’에 따르면 현대의학 기술을 적용한 적극적인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사망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는 임종 환자에 대해 의사가 치료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게 했다. 

반면, 법원에서는 환자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거나 치료 자체가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고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의 결정만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서도 시민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갈렸는데, 법원의 판결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사람은 불치병 환자건 아니건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생명을 끊으면 안 된다” 라거나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한다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불 보듯 뻔하게 넘쳐날 것” 등의 의견들로 대부분 환자의 생명 존중을 중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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