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케이팝에서 사라지는 한국어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이지윤 기자] 최근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팝송 같은 멜로디를 들어보면, 마치 빌보드 차트를 장식할 법한 영어 가사의 노래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 노래들의 주인공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우리나라 케이팝 그룹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노래의 대부분은 한국어로 이루어졌으며, 노래의 후렴구에서만 가끔씩 영어 가사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나온 몇몇 곡들은 이와 반대로 노래의 대부분이 영어이고, 짧은 후렴구에만 한국어 가사가 포함된다. 아예 노래 전체를 영어로 부른 가수들도 존재한다. 실제로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은 작년에 ‘세븐’이라는 노래를 발매했는데, 가사 전체가 영어였다. 이뿐만 아니라 블랙핑크 멤버 제니도 작년에 신곡 ‘유 앤드 미’를 모두 영어로 불렀다. 따라서 영어를 모르는 한국인들은 이 노래 가사의 뜻을 알고 싶어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번역 동영상을 찾아봐야 했다. 많은 케이팝 그룹들이 영어로 노래를 발매하다 보니 한국 가수가 부른 영어로 된 노래를 한국인들이 번역해서 들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처럼 한국 노래에서 한국어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써클차트 탑 400에 오른 여성 아이돌 그룹 노래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8.5%에서 2023년 41.3% 로 증가했으며, 남자 아이돌 그룹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2.4% 에서 41.3%로 증가했다. 케이팝에서 영어 가사 비중이 늘어나게 된 배경에는 케이팝 사업의 타깃 시장이 점차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케이팝 사업은 이제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할 뿐만 아니라 국외 시장도 타깃으로 한다. 원래는 아시아 시장이 케이팝의 주 국외 소비층이었지만, 최근 많은 케이팝 회사들이 케이팝의 아시아 시장 성장이 정체됐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영미권 시장으로 케이팝을 크게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영미권 사람들이 케이팝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도록 위해서 영미권 노래들과 최대한 비슷한 팝송 느낌의 곡들을 많이 제작하고, 가사도 영미권 사람들이 듣기 쉬운 영어로 노래를 만드는 것이다. 

케이팝에서 영어 가사의 비중이 늘어남으로써 케이팝의 세계화가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케이팝의 정체성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많은 국내 팬들은 한국어 노래에 대한 갈증이 느껴진다고 아쉬워하면서 2-3세대 아이돌들의 한국 노래를 그리워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음악 평론가 김성환 씨는 “영미 팝송과 케이팝이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케이팝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이 약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케이팝의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장점과 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으며, 한국 노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균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큰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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