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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음주 운전 사고, 그 해결 방안은?

강화되는 법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음주운전 사고율

< FREEPIK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정서현 기자] 2월 3일 새벽 4시 반, 서울 강남구 학동역 사거리 근처에서 20대 여성이 음주 운전을 하다 앞에 있던 50대 남성 배달기사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당시 20대 여성의 알코올 농도는 0.221%로 면허가 취소될 정도의 만취 상태였고, 이 사고 때문에 피해자는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에 병원으로 곧바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하였다.

피해자가 숨진 지 사흘이 지난 후에도 그의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아직 경찰에게서도 유족에게서도 아무 연락이 없어 손 놓고 기다리는 상황이다. 고인의 이름조차 알지 못해 신원 미상”이라고 전했다. 그의 동료 배달기사의 증언에 따르면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장”이라는 말도 있었다.

특히, 가해자의 신원과 사고 이후 행동이 비난을 받고 있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알고 보니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BJ 안 씨였고, 사고 직후 피해자를 구조하는 대신 자기 반려견만 만지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이 도착한 후에도 자신의 엄마와 통화하게 해 달라며 몇 분간 실랑이를 하며 경찰의 초동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사건 이외에도 우리나라 음주 운전 상황은 심각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에 발생한 음주 운전은 15,059건이며, 그중 214명이 사망하고 24,261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_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제공>

음주 운전 사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2018년에서 2022년까지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실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하는 이유로 ‘마신 술의 양이 적어서’라는 응답이 많았다. 그리고 수치를 보면 음주 운전 사고는 나이 불문 거의 모든 세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코올을 마시게 되면 뇌의 대뇌 피질이 손상된다. 이 대뇌 피질의 역할은 생각, 계획, 문제해결, 지능적 행동 등을 주관하는 부위로, 대뇌피질이 손상되면 술을 마신 사람의 생각과 지능이 마시지 않았을 때 비해 훨씬 줄어든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이 별로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바로 운전대를 잡는 것이다.

현재 한국 도로교통법은 운전자의 알코올 농도가 0.03%가 된다면 운전을 금지한다. 그러나 음주 한 잔으로도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운전을 아예 하지 않는 방향을 권장하고 있다.

음주 운전 처벌 또한 강화되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상해 사건의 경우 가해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사망 사건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의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2018년,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도로교통법개정안(이른바 윤창호법)으로 음주 운전의 가해자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윤창호법 이후에도 음주운전이 줄어들지 않자, 새로운 제안이 나왔다. 바로 ‘시동 잠금장치’다.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시동을 걸기 전에 전용 기기를 사용해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고, 운전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는 장치다. 전날 음주를 한 경우에도 기기가 잡아낸다고 한다. 

실제로 작년 4월 말, 센텍코리아의 박근형 전무이사는 자신의 차에 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소주 2병을 마시고 약 6시간 뒤에 출근을 위해 차에 탑승하였지만 차를 이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동잠금장치는 꽤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 도입되어 상용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고를 낸 가해자는 징역 5-10년이나 벌금 몇천만 원으로 끝나는 게 대다수이지만, 피해자는 그렇지 않다. 한순간의 사고로 인해, 그들은 목숨을 잃거나, 인생을 잃는다. 음주 운전 사고 피해자의 유족들도 힘든 상황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MBC 뉴스에 따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음주 운전 사고로 가족을 잃은 누리꾼이 ‘반년 전 아버지를 음주 운전 사고로 잃고 가해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가 취소될 정도의 수준이었는데도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라며 자신의 아버지를 잃은 심경을 토로해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음주 운전 사고 방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KiRi 리포트의 오승연 연구위원과 이정택 연구위원은 기존의 음주 운전 사고 방지 대책인 법적 책임 부담과 자동차 보험금 지급 제외나 보험료 할증 등 직접적인 규제 정책을 위주로 시행되고 있지만, 상습적 음주 운전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강화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빈번한 음주 운전 사고를 줄이는 대책을 짤 때, 단순히 보험이나 처벌 기준에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교통안전교육 시행 시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또 이들이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알코올 중독 치료 보장 강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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