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 FREEPIK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우성훈 기자] 종교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지금까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왔고 그 영향은 생존부터 공동체와 국가 건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분쟁의 주요 원인 중에도 종교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전 세계 인구의 88%가 종교를 믿고 있고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종교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인간은 도대체 왜 종교를 믿는 것일까? 

종교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향유하는 경험과 현실을 초월하는 영역으로 여겨진다. 전 세계 인간은 아마 자신의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의문이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죽음에 대한 공포나 사후세계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 중 하나이다. 종교에서는 각자 다른 방식들로 이 의문들에 대해 답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힌두교에서는 육체의 죽음은 영혼의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라고 여긴다. 즉 이러한 종교적 신념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죽음이 종교의 출발점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는 우리에게는 끊임없는 의문을 유발한다. 죽음이란 두렵고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믿음은 종교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이들은 죽음 이후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을 낭비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은 죽음 이후에 대한 신비로운 세계를 상상하며, 천국, 극락세계, 환생과 같은 영생을 믿는다. 이러한 믿음이 종교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종교가 인간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나타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그중에 가장 확실한 요인은 바로 인간의 생존 본능에 의한 것이다. 원시 시대의 인간은 자연환경에서 많은 위험에 직면했으며, 이러한 위험에 대한 인지적 대비가 종교적 사고와 결합되었다. 수렵채집 시절의 인간은 물가에 놓인 어린아이 와도 같은 신세였다. 이로써 우리는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자연적인 선택의 결과로, 인간은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바구니 앞에서 피리를 부는 노인을 본 소년이 바구니 속에 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과 같이, 인간은 생존을 위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비하는 데에 큰 관심을 가졌다. 더군다나 당시는 지금처럼 과학이 발전되지 못했기 때문에 인류에게 닥친 커다란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초월적인 존재나 힘을 찾았다. 전염병, 재난, 질병과 같은 불가피한 사건들에 대한 설명을 위해 인간은 ‘행위자’로서 신을 상상하고 숭배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종교를 안 믿는 과학자들이 하는 생각은 다르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신이 있는지 찾으려고 실험을 해봤다. 마이클 퍼싱어 교수의 실험은 뇌자극장치를 사용하여 측두엽을 자극함으로써 영적 체험을 유발하여 실제로 신의 존재를 찾으려고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러한 자극에 의해 특정한 존재를 만났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측두엽의 활동이 영적 체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정재승 교수는 한 교수가 실험에 참여했지만 영적인 체험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하였고, 측두엽을 자극해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종교적 체험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뇌의 각 부분이 개인별로 다르게 작동하고, 종교적 경험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실제로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가 주로 패턴성과 해위자성이라고 말한다. 패턴성은 우리가 의미 있는 것을 찾으려는 뇌의 자연적인 경향을 설명한다. 때때로 인간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무언가에서도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하려고 노력을 한다. 이는 종교적 경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에서 예수나 마리아와 같은 종교적 인물을 보거나 신의 징조를 발견하는 것이다. 행위자성은 인간이 사건에 의도를 부여하려는 경향을 설명한다. 이는 종교에서 신이나 악마와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통해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은 종종 우연한 사건을 인간 이외의 존재의 의도로 해석하려고 하고 이는 종교적인 맥락에서 불규칙한 사건들을 신의 벌이나 축복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를 사람들이 믿는 이유는 이 외에도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천주교에서는 인간 세상에서 가질 수 없는 행복과 위로를 얻고 싶거나, 신에게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고 위안을 얻으려고 종교를 믿는다. 또한 불교에서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과정을 거치면서 영원한 윤회를 이룬다고 강조하는데, 이를 통해 신자들은 인생의 고통과 역경 그리고 선악과 보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신앙활동을 한다. 이렇듯 수많은 종교에서는 종교가 단순히 신앙의 표현이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도구로 간주된다. 필자도 천주교 신자인데,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천주교를 믿게 되는 계기가 자신의 잘못함을 반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종교는 사랑과 관용, 선행과 긍정적인 가치를 실천하는 데에 도움을 주며, 신앙생활을 통해 영적으로 성숙해지고 더 높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동체 안에서 가족과 우리가 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 종교는 때때로 가혹한 의식을 치르는 경우가 있는데, 모리셔스에서는 1년에 한 번, 신을 만나기 위해 온몸에 바늘을 꽂기도 하고, 스페인의 종교 의례는 700도가 넘는 나무 장작의 재 위를 다른 사람을 업고 뛰기도 한다. 이 의례는 극도로 형이상학적이고 놀라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의례에서 뛰는 사람이나 업히는 사람이나, 심지어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의 심박수가 같았다고 한다. 이는 집단적인 헌신을 통해 사람들이 동일한 심박수, 즉 ‘일체감’의 경험을 얻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무려 2억 명이 50일에 걸쳐 알라하바드로 신을 찾아 떠나는 힌두교 축제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희열도 역시 이와 유사하다. 이러한 대규모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종교적인 경험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일체감을 공유하며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종교적 의례와 행사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서서 집단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연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교의 중요성과 영향력은 이전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역사와 삶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종교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구하고 무궁무진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믿게 되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생명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험하고, 영적인 안정과 평화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는 단순히 영적인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종교는 공동체와 사회의 통합을 촉진하고, 개인적인 이기심을 넘어서서 더 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들로 종교는 장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종교를 믿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이며 그만큼 자유롭다. 자유로운 만큼 종교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많다는 것이다. 종교적인 의식을 핑계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나 종교에 대한 맹신과 타 종교에 대해 공격적인 교리로 테러나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들이 그 사례이다. 이렇게 종교는 나쁜 의도로 사용되면 안 되고, 오로지 좋은 의도로만 사용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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