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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 변신

Illustration by Junhyeon Cho (DAA Grade 11)

by Sihyun Jeun (NAS Dubai Year 10)

우리는 지루하고 반복되는 인생에 지루함을 느끼고, 때로는 변신을 원한다. 화장을 하거나 새로운 옷을 입어보는 등 아주 사소한 변신일지 몰라도,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원래 모습과 달라지고 싶어 한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쩌면 자신의 가족에게 ‘일을 하고 돈을 벌어오는 사람’으로만 인식된 무료하고 의미 없는 삶에서 벗어나고파 벌레가 되길 간절히 기다렸을 수도 있다. 그에게 변신이란 무엇이었을까?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가난한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목표는 잊은 채,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던 그레고르의 이야기이다. 그는 한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아픈 어머니와 늙어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아버지, 그리고 아직 일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 여동생과 함께 큰 집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그레고르는 자신이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놀라기는커녕, 회사에 가지 못하는 것을 더 걱정한다.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방에서 나가려고 할 때, 회사 지배인은 그레고르가 손님들에게 받아낸 계약서를 빼돌렸을 까봐 집까지 찾아온다. 하지만 커다란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를 보자 해고를 통보하고 헐레벌떡 도망간다. 직장까지 못 나가게 된 그레고르는 더 이상 가족에게 득이 되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연민을 느끼고 보살펴주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점점 그레고르의 존재만으로도 절망감을 느끼고 아버지는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던지고 결국 내쫓기로 마음먹는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것을 알면서도 가족들은 자신의 짐을 덜어내려고 그 흉측한 벌레는 그레고르가 아니라며 자기 스스로에게 그 말들을 반복한다. 결국 그레고르는 자신을 향한 연민과 가여움이 이제는 분노와 증오로 바뀌었다는 가족들의 말소리를 알아듣고 스스로 단식을 선택한다. 다음 날에 그는 싸늘한 시체로 남겨졌고, 가족은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을 떠난다. 

그레고르가 살아있을 때 그의 주변 인물들은 그를 어떤 존재로 생각했을까? 아침에 가족들이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걱정을 했지만 그가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보다 직장에서 잘릴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또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그레고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라 벌레로 변한 것보다 직장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 벌레로 변했으면서도 출근 준비를 하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충실함에 대한 가족의 보답은 무관심이었다. 처음에는 그레고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관심을 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돈을 열심히 벌어오는 것이 그레고르의 일상이 되어버렸고, 여동생, 엄마와 아빠는 사실은 일을 할 수 있으면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레고르가 처음으로 무단결근을 하자 찾아온 직장 지배인도 그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어젯밤 그레고르가 손님들에게 받은 계약서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 이미 그레고르의 삶은 일벌레의 삶이었던 것이다. 

여동생은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그레고르에게 자비를 베풀며 다가와 준 사람이다. 그레고르는 이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했다. 하지만 독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레고르가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식량을 챙겨준 것이었고, 그 이후에 다른 가족들이 밥벌이가 가능하자 식량을 챙겨주지 않으며 ‘이거’라고 불렀다. 결국 자신의 이득을 위해 그레고르를 가식적으로 챙겨주었지만 희망이 보이질 않자 비인간적으로 대하며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나는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고 싶어서 벌레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우연히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다면 그렇게까지 벌레의 삶을 즐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제나 똑같이 돌아가는, 사랑 따위 없던 그레고르의 인생에서 벌레가 되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것이 더 큰 행복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짧은, 벌레로서의 제2의 삶은 그동안 그레고르가 몇십 년간 살아온 의미 없는 삶보다 더 행복했을 수도 있다. 최소한 벌레 다운 삶을 살았고, 자유가 주어져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후 다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사람으로 다시 변할 수 있는 기회도 그에게 충분히 주어졌다.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있던 그레고르는 깊은 감명을 받고 음악으로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한다. 그때 조금만 더 감명을 느끼고, 인간성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면 아마 그때 인간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갔을 때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의 외면과 차디차게 식은 마음을 받아주며 언제나 외롭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렸다. 이 책을 통해 저자 프란츠는 우리에게 자유로운 벌레로서의 삶이 틀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마치 감옥에 갇힌 인간의 삶보다 낫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변신] : 유대계 독일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로,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루었다. “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라는 말을 남기며 독서가 주는 강한 충격은 우리를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었다. 소설 변신은 세일즈 맨인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가 되면서 겪는 고통과 가족과의 관계를 보여주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고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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