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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성 연기 무방비 노출…폐암걸리는 노동자 속출

민주노총·직업성암119, 총 47명 집단산재 신청 발표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논의 본격화 … “환기체계 실태 전수조사부터”

 학교 급식 시설 점검ㆍ공기질 측정하는 모습  제공=경기도교육청

[객원에디터2기 / 주성진 기자] 최근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직업성암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급식실 노동환경 문제의 개선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원인 모를 각종 질병에 시달리던 학교 급식실 조리원들이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시작하면서다.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폐암 진단을 받은 5명의 학교 급식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았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119’(직업성암119),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등은 28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실태를 알렸다.

직업성암 119는 지금까지 직업성암으로 집단산재를 신청한 급식실 노동자가 총 47명이라고 밝혔다. 학교 급식실 직업성암 환자 49명 중 폐암이 24명으로 제일 많았고, 그 외 유방암 11명, 갑상선암 6명, 혈액암 4명, 위암 2명 등이었다. 직업성암 119가 밝힌 급식실 직업성암 사례자들의 평균 연령은 56세로 이들은 최소 5년~최대 27년까지 각 학교 급식실에서 일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보건학 박사)은 “2012~2013년 경기도 지역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조사하러 다닐 때가 생각난다”라며, 그때 학교 급식노동자들 중 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인지했으면서 큰 관심을 두지 못하고 지나친 게 큰 후회가 된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 정도로 급식실 노동자들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학교 급식에서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하다보면 튀김과 볶음, 구이 등의 조리법이 많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초미세분진으로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아크릴아마이드·폼알데하이드 등과 같은 물질이 다량으로 발생하는데, 이 물질을 ‘조리흄’(cooking fume)이라고 부른다. 조리흄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석면과 동급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급식실 환풍이 매우 중요하지만, 환풍이 잘 안 되는 지하에 급식실이 있거나, 환풍시설이 고장 난 상태로 수년째 방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급식노동자들은 이런 환경에서 장시간 일하면서 조리흄을 마셔온 셈이다.

직업성암 119는  “급식 노동자들이 조리흄을 들이마시지 않도록 정부는 학교 내 급식실의 환기시설을 상방형 후드로 된 표준화된 환기시설로 교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전체 급식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성 암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암 환자를 찾아내 산재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또한, 조리흄 발생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급식실의 조리 온도나 가열 시간을 관리하고, 맛 뿐이 아니라 급식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한 조리방법 개선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으로 특화된 작업환경측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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