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박힌 채 런웨이에 선 모델, 세상에서 가장 슬픈 패션쇼

[객원 에디터 6기 / 김서안 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독특한 패션쇼가 열렸다. 

모델들의 표정은 침울했으며, 일부 모델들의 가슴에는 총에 맞은 것처럼 피가 흐르는 분장을 했다. 이날 무대에 선 대부분의 모델들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거나 하마스에 의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족이었다. 일부 모델들의 의상에는 소름 끼치는 총상과 잔혹 행위로 생긴 자국들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모델 제시카 엘터는 웨딩드레스를 입는 순간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모델 제시카 엘터는 다른 사람의 탈출을 도우려다 총에 맞아 숨진 벤 시모니의 약혼녀였다. 엘터의 약혼자 벤 시모니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노바 음악축제 현장을 공격했을 당시 12명 넘는 사람들을 구하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엘터는 가슴에 총알이 박힌 듯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으며, 눈물로 인해 화장까지 번진 채 무대를 이어나갔다. 그녀는 “드레스를 입자마자 벤과 이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모델 요벨 샤르빗 트라벨시 역시 모델 제시카 엘터와 같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하지만, 드레스 여기저기에서 피가 흐르고 정체 모를 손들이 트라벨시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녀의 드레스에는 하마스 대원들에게 유린당하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손 모형이 달렸다. 26살의 모델인 트라벨시는 그녀의 남편과 결혼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던 지난 10월, 남편과 함께 축제를 찾았다가 하마스의 공격을 받았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앞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트라벨시는 남편의 피를 뒤집어쓴 채 6시간 동안 죽은 사람처럼 연기한 후에야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트라벨시는 “이 드레스는 저의 진짜 결혼식 웨딩드레스와 똑같다”며 “남편이 그립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수많은 이스라엘 여성이 강간당하거나 살해당한 것을 상징하는 피 묻은 보디슈트를 입은 생존자, 수류탄을 상징하는 의상을 입어 무대에 선 모델들도 있었다. 패션쇼 마지막으로 등장한 우크라이나 태생의 블라다 파타포프는 다윗의 별(유대인과 유대교를 상징하는 육각별 모양)이 새겨진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새 장식을 얹으며 무대를 장식했다.

하마스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음악 축제 ‘슈퍼노바 페스티벌’에 무장대원들을 침투시켜 학살을 자행하고 이스라엘인 등 240명을 인질로 납치했다. 또한 이스라엘 정부는 12일 기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은 135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