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감미료와 유화제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미치는 영향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2기 / 김단아 기자] 최근 수십 년 동안 식품의 유통기한을 늘리고 더욱 다양하고 자극적인 맛을 내기 위해 유화제, 보존료, 인공감미료 등 여러 첨가물이 포함된 가공식품이 생산되고 소비되어 왔다. 이러한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품질을 유지하고 맛을 개선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일부 첨가물이 장내 미생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gut microbiome)은 인간의 장에서 살고 있는 많은 미생물과 이들이 가진 유전 정보를 말한다. 우리 인체에 존재하는 전체 미생물의 95%가 소화기관에 모여 있으며, 이들은 소화와 면역 기능을 비롯한 여러 생리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장 질환뿐만 아니라 피부 질환, 비만이나 당뇨병, 심지어 우울증과 노화 관련 질병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인공감미료, 그 영향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까?
인공감미료는 식품에 단맛을 더하기 위해 사용하는 성분으로, 설탕보다 훨씬 강한 단맛을 내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무설탕 ‘제로(Zero)’ 식품과 음료에 널리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아스파탐(aspartame), 수크랄로스(sucralose), 사카린(saccharin) 등이 있다. 이 중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약 600배 강한 단맛을 내면서도 체내에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지 않아 ‘제로 칼로리’인 합성 감미료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 동물실험에서는 수크랄로스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과 그 변화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수컷과 암컷 쥐 47마리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첨가물이 없는 일반 물을, 다른 그룹에는 수크랄로스가 첨가된 물을 16주 동안 제공했다. 이후 이들 생쥐의 1세대와 2세대 자손을 관찰했으며, 자손들에게는 수크랄로스를 직접 섭취시키지 않았다. 연구진은 각 세대의 생쥐가 생후 20주에 도달했을 때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장 및 간에서 염증과 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활성도 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수크랄로스를 섭취한 생쥐의 자손에서도 장내 미생물과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관찰됐다.
수크랄로스가 첨가된 물을 마신 쥐들의 후손에서는 장내 염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었으며, 특히 간에서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가 억제되는 변화는 2세대까지 이어졌다. 이 결과는 수크랄로스 섭취가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 영향이 직접 섭취하지 않은 후손에게도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유화제 섭취와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
유화제는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이지 않는 물질들이 고르게 섞이도록 돕는 식품첨가물이다. 아이스크림, 마요네즈, 샐러드드레싱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사용되며, 대표적인 예로 카복시메틸셀룰로스(CMC)와 폴리소르베이트 80(P80)이 있다. 특히 CMC는 글루텐 프리 제빵 제품의 식감을 개선하고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자주 쓰인다.
유화제의 건강 영향을 살펴본 한 연구에서는 9만 5,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식이 기록을 분석하여 유화제 섭취량과 심혈관 질환, 관상동맥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CMC 등의 셀룰로오스 계열 유화제 섭취량이 많을수록 심혈관 질환 및 관상동맥 심장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결론적으로, 식품첨가물과 현대인의 식습관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과 기능, 나아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인공감미료와 유화제에 대한 연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 성분이 장내 미생물 및 인체의 생리적 기능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만으로 모든 식품첨가물이 건강에 해롭다거나 어떤 첨가물이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질병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앞으로는 실제 섭취하는 첨가물의 양과 여러 첨가물의 영향, 개인별 장내 미생물의 차이, 장기적인 건강 변화를 함께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축적된다면 식품첨가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