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그릇에 2만 명이 몰렸다 — 하노이를 뒤흔든 한류의 진짜 얼굴

[객원 에디터 11기 / 김지나 기자]지난 2일부터 사흘간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2026 하노이 한류박람회’와 ‘아세안 K-푸드페어’에는 한국 소비재를 직접 체험하려는 현지 소비자 약 2만 명이 몰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 농림축산식품부, aT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한류’를 테마로 한 최대 규모 수출 행사였다.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라면이었다. 참관객들은 ‘한강 라면 조리기’로 라면을 직접 끓여 먹고, 떡볶이와 어묵을 손에 든 채 행사장을 누볐으며, K팝에 맞춘 ‘떼창’도 울려 퍼졌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한국 라면 향이 먼저 코끝을 자극했고, 한강 라면 기계 앞에는 젊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하노이에 실제로 살고 있는 입장에서 이 풍경은 낯설지 않다. K마트에 들어가면 매대 한가운데 라면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걸 볼 때마다 묘하게 반갑다. 라면은 간편하다는 점에서 타지 생활에 특히 유용한데, 나 역시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집어 그 자리에서 먹는 걸 즐긴다. 하노이에도 GS25와 K마트 같은 매장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한국 라면을 찾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행사장에서 2만 명이 줄을 서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는 소식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수치로도 이런 흐름은 뚜렷하다. 행사 기간 진행된 1512건의 수출 상담을 통해 3300만 달러 규모의 업무협약과 계약이 성사됐으며, 이는 2022년 하노이 한류박람회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하노이 K마트 매장에서는 참외와 신고배, 가정간편식 진열대 앞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장바구니에는 김과 라면, 즉석밥이 담겼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에는 교민보다 현지 소비자 비중이 더 커졌고, 유튜브와 SNS로 한국 식품을 접한 젊은 층이 직접 매장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베트남 식품 수입업체 대표는 한국 식품이 여전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지만 생산비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최근 수입 물량에서 한국산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 정부의 수입 규정도 계속 강화되고 있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현지 법규와 통관 기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라면 한 그릇을 둘러싼 2만 명의 인파는 단순한 이벤트 흥행을 넘어, K-푸드가 베트남 내수시장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그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