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원 에디터 11기 / 김지나 기자]베트남은 2025~2026학년도부터 전국 초·중·고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베트남 교육과학연구소가 개발을 주도하는 이 프로그램은 학년 내내 16개 교시에 걸쳐 진행되며, 학교 교직원이 직접 수업을 맡는다. 이는 특정 상위권 학교나 시범 학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실험 학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디지털 시민 교육·금융 교육 등과 함께 전국 단위로 확산되고 있는 정책이다. 베트남 교육과학연구소는 이와 별도로 학생과 교사를 위한 AI 역량 프레임워크 구축, 교육 현장의 AI 활용 가이드라인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호치민시 교육훈련청 역시 2025~2026학년도에 약 170개 학교에서 AI 교육을 시범 도입했으며, 대상에는 영재고와 ‘디지털 학교’ 기준을 충족한 일반 학교까지 포함됐다. 대학 입시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하노이 산업대학교, 하노이 사범대학교, 외국무역대학교 등 다수의 베트남 대학이 2026학년도부터 AI 관련 신설 전공을 대거 개설하며 인재 육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7월에는 하노이에서 국가혁신센터(NIC)가 메타그룹과 함께 ‘2026 베트남 혁신 챌린지’와 ‘2027 국제 인공지능 올림피아드’ 출범식을 열어, 12개국에서 온 약 2,400명의 청년이 실전형 AI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성과도 뒤따른다. 올해 국제 인공지능 올림피아드에서는 베트남 대표 학생 8명 중 7명이 메달을 획득했으며, 이 가운데는 하노이 소재 자연과학 영재고등학교 11학년 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하노이에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으로서, 베트남 친구들이 정규 수업 시간에 AI를 배우는 모습을 교실 안에서 직접 목격했다. 나를 포함한 한국 학생들은 각자 알아서 챗봇을 써보는 정도였지만, 베트남 친구들은 학교 커리큘럼 자체에 AI 수업이 편성돼 있었다. 특히 베트남 학생들 사이에서는 AI 관련 대회나 전공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국제 AI 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딴 선배 이야기가 학교에서 화제가 되고, 대학에 새로 생긴 AI 전공 소식을 친구들이 먼저 알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작 한국에서 온 나는 그동안 AI를 ‘입시에 필요하니까 알아두는 것’ 정도로만 여겨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두 나라 교육 현장을 동시에 지켜본 나에게, AI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결국 정책이 만든 ‘기본값’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인상으로 남았다.
한국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2026년 업무계획에서 ‘디지털 교육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초등 5·6학년과 중학교 2학년 대상 1인 1기기 보급, 디지털 튜터 2,000명 배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에는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가 우선 도입됐고, 경기도교육청은 ‘2026 AI·디지털 활용 선도학교’ 350곳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다만 과학 교과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현장 준비도를 이유로 2027년으로 미뤄졌으며, 교육부 스스로도 올해를 ‘정책적 여건을 점검하는 기반 다지기의 해’로 규정하고 있다. 즉 한국의 AI 교육은 여전히 일부 교과·일부 선도학교 중심의 ‘단계적 확산’ 모델에 가깝다.
체감 격차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대학생의 79.2%가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이 중 68%는 AI의 작동 원리나 윤리적 활용법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학생 개개인은 이미 AI를 쓰고 있지만, 한구그이 교육과정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이 국가 커리큘럼 안에 AI 교육을 채워 넣는 동안, 한국은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AI를 익히도록 사실상 방치해온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나라를 나란히 놓고 보면 드러나는 것은 기술 격차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차이다. 베트남은 ‘전 국민이 배우는 과목’으로 AI를 정면에 세웠고, 한국은 인프라 정비를 우선하며 교과 편성을 순차적으로 넓혀가는 신중한 노선을 택했다. 어느 쪽이 우월한 모델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생들이 이미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금, ‘가르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체계적으로, 얼마나 이른 시기에 가르칠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점이다. 하노이의 한 교실에서 시작된 질문—베트남은 전교생에게 AI를 가르치는데, 한국은요?—은 결국 한국 교육이 다음 학기, 다음 정책 발표에서 스스로 답해야 할 숙제로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