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 명부 삭제 논란으로 시작된 시위, 정부의 강경 대응에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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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에디터 12기 / 최명재 기자] 인도 청년들이 주도하는 이른바 “바퀴벌레 시위(Cockroach Movement)”가 확산되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와 시위대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5월 인도 대법원장 수리야 칸트가 일부 실업 청년과 활동가들을 공개적으로 “바퀴벌레”에 비유한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이 발언은 취업난과 교육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청년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전국적인 청년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 바퀴벌레 시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었다. 대법원장의 발언 직후인 5월 16일,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아비지트 딥케(Abhijeet Dipke)는 SNS에 바퀴벌레들이 모두 모이면 어떻게 될지 묻는 글을 게시했다. 이후 그는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이라는 온라인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을 풍자한 것으로, 실제로 등록된 정당이 아닌 청년 중심의 사회운동이다. 인터넷에서 처음 시작해 농담과 비판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형태였지만, 청년 실업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모이면서 빠르게 지지층을 확대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되었지만 인도의 대규모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인해 시위가 거리로 확대되었다. 인도에서는 의과대학 입학시험과 공무원 채용시험 등 중요한 시험의 결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시험에서도 반복적으로 부정행위와 시험지 유출 문제가 발생해 왔다. 특히 의과대학 입학시험의 시험지가 유출되면서 약 200만 명의 응시자가 영향을 받았고, 학생들의 불만이 커졌다. 청년들은 교육을 통해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이후 시위대는 교육부 장관의 사퇴와 시험 제도 개혁을 촉구했고, 7월에는 교육부 장관이 사임했다.
이 시위는 점차 교육과 취업 문제를 넘어 정부의 책임과 선거 공정성 문제로 확산되었다. 특히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추진한 특별 집중 개정(Special Intensive Revision, SIR)이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 제도는 유권자 명부를 재검토해 중복되거나 부적격한 등록을 정리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약 1억 3,000만 건의 유권자 등록 기록이 삭제됐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야당과 시위대는 일부 시민의 투표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선거관리위원회는 명부 정비가 선거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10월 10일 바퀴벌레 국민당은 선거관리위원장 갸네시 쿠마르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뉴델리에서 계획했지만, 인도 당국이 경찰을 대규모로 배치하고 도로를 봉쇄하면서 시위 참가자 2,000명 이상이 구금되었다.
이번 시위는 청년 실업과 교육 문제를 넘어 시민들의 집회 자유와 정부의 공공질서 유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당국은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바퀴벌레 시위는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지만, 그 배경에는 오랫동안 누적된 청년 실업과 교육 불평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청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후 교육 개혁과 선거 공정성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인도 정부가 청년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선거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해결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