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로버트 러니의 별세

러니 제독, 94세를 일기로 세상 떠나

흥남철수작전,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상구조로 기네스북 등재

“위급한 긴급철수작전에 민간인 피난민 구해낸 헌신적 행동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

< 로버트 러니 제독 – 국가보훈처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서 활약했던 로버트 러니 미국 해군 제독이 별세해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조전을 보냈다고 보훈처가 17일 밝혔다. 러니 제독은 지난 10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6·25 전쟁 당시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로 흥남철수작전에 참여해 수많은 피란민의 탈출을 도왔다. 그는 1950년 12월 22일 포탄이 빗발치는 흥남항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과 함께 정원의 7배가 넘는 1만 4000여 명의 피난민을 배에 태우고 출발해 사흘 뒤 경남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 항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상구조로 지난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2월 25일에 도착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2020년 인터뷰에서 흥남철수작전에 대해 “날씨는 매우 혹독했고, 적대세력들은 항구의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40만여 명의 연합군을 후송한 2차 세계대전 당시 됭케르크 철수와도 유사한 면이 있지만, 훨씬 더 성숙했다”며 “피난민들은 동요하지 않고 매우 침착했다. 진정한 영웅은 한국인이었다. 오히려 승무원들이 한국말 ‘빨리빨리’를 배워 한 명이라도 더 태울 수 있도록 다그쳤다”라고 회상했다.

고인은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참전을 마치고는 변호사로 일하며 뉴욕주 해군 방위군으로 계속 복무했다. 

그는 생전에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강국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참전용사의 희생으로 맺어진 혈맹이며 그 바탕에는 우리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있다”며 “위급한 긴급철수작전에서 많은 민간인 피난민까지 구해낸 빅토리호의 헌신적 행동은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라고 했다. 이어 “제 부모님도 그때 함께 피난 올 수 있었으니, 제 개인적으로도 깊이 감사드려야 할 일”이라 했다. 

보훈처는 유엔 참전용사 사망 시 예우를 위해 수여하는 추모 패도 유족에게 전할 예정이다. 보훈처는 “올해에도 유엔 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국제보훈사업을 추진하고, ‘참전으로 맺은 혈맹의 인연’을 이어나가기 위해 참전용사 후손을 비롯한 미래세대와 함께 6·25 전쟁의 역사를 되새기는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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