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이 최저 출산국이 된 이유

<Illustration by Shinyoung Park 2006(박신영) >

[위즈덤 아고라 / 이민채 기자] 과거부터 현재를 모두 통틀어 인류 문명의 발생과 발전에는 인구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 국가가 많은 생산가능인구를 갖출수록 문화나 사회적인 가치가 더 융성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높은 출산율이 중대하기 때문이다. 약 1000년간 당시 주변 제국 및 국가들부터 현대 시대까지 가장 큰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준 고대 제국 중 하나인 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에 인구 감소, 즉 저출산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시대에 들어섰으며, 출산율이 심각할 정도로 감소하고 있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으며,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더군다나 2029년으로 예상됐던 인구절벽이 10년 빠른 2019년에 발생했는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자연적인 인구감소 현상을 보이며 2059년에는 4000만 명의 인구가 예상된다. 옥스퍼드대학교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한국이 저출산으로 지구에서 사라질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이제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저출산이란 낮은 출생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한 나라의 안정적인 인구유지가 어려워지는 사회현상을 말한다. 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합계출산율이 2.1명이며 초저출산은 1.3명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6.1명이었던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서서히 하락하였다. 그러나 2018년에 세계 최초로 1.0명 이하로 떨어졌고, 자체 최저 합계출산율 갱신을 하며 가장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합계 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15세부터 49세까지인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평균 출생아를 뜻한다.  2020년 OECD 평균 합계 출산율은 1.59명으로 인구 유지선보다 적지만 선진국 중 1명대 이하로 떨어진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보다 순위가 한 단계 높은 이탈리아(1.24명)와도 차이가 크다. 정부는 그동안 280조 원의 저출산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왜 계속해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을까?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력을 비롯한 사회적 문제에 있다. 부동산 집값 상승 문제는 최근 한국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으며 통계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출산율이 하락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집값이 올라가면서 결혼하고 아이와 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고용불안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높은 주거비용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력을 넘어 문화와 가치관이 바뀜에 따라 출산율이 이렇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이 ‘당연한 삶’이라고 생각했던 부모세대와 달리 출산이 당사자인 MZ세대들은 삶의 주체를 자신으로 두며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경향이 높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한 사람들을 일컫는 MZ세대들은 사교육이 고조된 학창 시절을 보냈고, IMF구조조정 이후 취업관문을 통과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결혼=행복, 비혼=불행’이란 인식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결혼 의향에 대해 ‘하고 싶지 않은 편’이라 답한 청년은 51%였고, 출산을 꼭 하겠다는 응답은 17.1%에 불과했으며, 그 이유는 양육비나 교육비 등 경제적 이유가 57%로 가장 컸다. 이 밖에도 ‘내 삶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서(39.9%)’, ‘사회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36.8%)’ 등이 꼽혔다. 

이런 인식은 지난해 혼인 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2천 건으로 전년보다 1천 건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또한,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0세로 전년보다 0.3세 높아지다 보니 둘째 출산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첫 아이를 낳는 연령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OECD 평균(29.3세)보다 3.7세 높은 수준이다.

양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양육환경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 직장인들, 특히 여성 직원들은 임신하여 출산 휴가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오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전통적인 사회에서 비롯된 가사노동과 육아 부담은 여성의 몫, 그리고 노동과 가정 생계 책임은 남성의 몫이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 때문이다. 고전적인 성 역할은 20세기말에 들어서면서 사회 구조와 성에 대한 개념의 변화 등으로 인해 보수적인 성 역할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사회에 남아있다. 맞벌이 가족의 확대로 인해 최근 정부는 육아휴직과 같은 제도를 통해 가정 내 역할을 분배하기에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인 인식이 부족해 남녀 모두, 특히 남자는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주변환경과 상황이 결혼을 ‘선택’하게 만들고,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면 이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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