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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근로자’..저출산의 해법이 될까?

필리핀 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시, 경제적 부담 커져
외국인 노동자의 가사,육아 제공..저출산 대책 가능성 시사

<Illustration by Serin Yeo 2008(여세린) >


[객원 에디터 7기 / 장수빈 기자]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에서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중 한 가지 대안으로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필리핀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유입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도입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여러 국가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점을 토대로 자국민에 대한 보호 정책을 강화해 국가 간 협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리핀과 한국은 이미 고용허가제 협약을 맺고 있으나 최근 한국에서 필리핀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필리핀 가사 도우미들에 대한 확실한 근로조건을 협약 전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약이 체결된다고 해도 한국에 들어올 가사도우미를 선정하고 주거지를 마련하고 한국 생활에 대한 의무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준비 과정이 수개월 필요할 것이다. 2015년에 16번째로 고용허가제 국가로 지정되었던 라오스의 경우에도 실제 인력이 유입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 또한, 타지키스탄의 경우 17번째 고용허가제 국가로 지정되기까지 8년이 걸렸다. 이처럼 국가 간의 협약이 마무리되고 시행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 국가별 가사도우미 임금 – 한국은행 제공 >

그러나 무엇보다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임금 문제일 것이다. 그간 노동부는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으로서 차별금지 협약 위반을 고려해 최저임금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약 200만 원의 급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임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이것은 가정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줄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국내에서 현행법상 금지되고 있다. 반면 해외 일부 국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해 내국인 가사도우미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없으며 홍콩과 대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 간에 임금의 차별을 두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이 만일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도 최저임을 적용한다면 싱가포르보다 7배, 홍콩보다 4배 많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제안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이 충분히 낮아진 뒤 고용이 늘어 어린 자녀를 둔 내국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개별 가구에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비용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 서비스업을 추가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유입은 여성의 경력 단절을 해결하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지표가 이미 주변국에 도입으로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의 작년 말 시행을 목표로 하려던 성급한 발표에 육아와 가사의 해결을 기대하고 있던 젊은 부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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