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원 에디터 11기 / 김지나 기자] 세계 2위의 로부스타 커피 생산국이자, 진하고 달콤한 ‘까페 쓰어다(Cà phê sữa đá)’로 대변되는 독자적인 커피 자부심을 가진 나라 베트남. 이 견고한 전통 커피의 요새에 글로벌 커피 공룡 스타벅스가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2013년 2월이었다. 당시 스타벅스는 홍콩 맥심 그룹(Maxim’s Group)의 자회사인 코피 컨셉(Coffee Concepts Vietnam)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호찌민시 1구역의 번화가인 응아사우푸동(Nga Sau Phu Dong)에 대형 플래그십 매장(체험 매장)을 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수많은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들이 베트남 고유의 커피 문화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터라, 스타벅스의 진출은 전 세계 F&B 시장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스타벅스가 선택한 생존 전략은 ‘정면 돌입’이 아닌 ‘철저한 존중과 현지화’였다. 아라비카 원두만을 고집하는 글로벌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베트남 현지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에스프레소에 달콤한 연유를 가미한 ‘아시안 돌체 라떼(Asian Dolce Latte)’를 출시하는 등 로컬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또한, 2015년부터는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인 달랏(Đà Lạt) 지역의 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발굴해 전 세계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 소개하는 ‘스타벅스 리저브 베트남 달랏’ 프로젝트를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이어 2023년에는 소수 민족인 끄호(K’Ho)족 농가들이 생산한 ‘스타벅스 리저브 베트남 둥끄너(Đưng K’Nớ)’를 선보이며 단순한 외래 브랜드가 아닌, 베트남 커피 산업의 동반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이처럼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 서서히 스며드는 영리한 역사적 발자취를 통해 스타벅스는 베트남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매일 아침이나 방과 후,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집 앞에 있는 하노이의 한 스타벅스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서너 시간씩 묵묵히 책을 파고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사실 베트남의 로컬 커피숍들은 특유의 활기차고 정겨운 분위기를 자랑하지만, 공부나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작업에는 치명적인 약점들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의 로컬 카페는 나무 의자가 길거리로 노출되어 있어 소음이 여과 없이 들어오며, 높은 확률로 테이블이 제대로 닦여있지 않거나 바닥에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방치된 경우가 많다. 반면 스타벅스는 글로벌 체인 브랜드 특유의 엄격한 위생 관리 덕분에 항상 쾌적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은은한 조명과 고급스러운 원목 인테리어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며, 매장 전체를 감싸는 차분하고 정숙한 배경음악은 집중에 필요한 최적의 백색소음 역할을 한다. 이렇듯 세련된 공간 마케팅과 고결하고 진중한 분위기는 베트남 내의 다른 로컬 브랜드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스타벅스만의 독보적인 자산이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소음에 취약하고 정돈된 환경을 선호하는 한국인 교민들과 유학생들 사이에서 스타벅스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하나의 ‘성지’로 자리 잡았으며, 카공족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유치하며 프리미엄 독점 영역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스타벅스는 베트남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했을까? 2026년 현재를 기준으로, 베트남 스타벅스는 오랜 내실 다지기를 끝내고 폭발적인 지점 확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5월 당시 전국 108개에 불과했던 스타벅스 매장은 2026년 1월을 기점으로 전국 총 150개 지점을 돌파하는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불과 1년 반 남짓한 기간 동안 매장 수가 약 38.8%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수도인 하노이 지역의 집중 성장이 돋보이는데, 2023년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 100호점을 오픈한 이후 확장에 속도를 내어 2026년 현재 하노이에만 수십 개의 전략적 지점이 성업 중이다.
베트남 F&B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약 5만 개의 중소 식음료 매장이 폐업하는 구조조정 속에서도 스타벅스는 매년 12% 이상의 연간 매장 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미드-하이엔드(Mid-to-High) 커피 체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형 로컬 체인인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가 900여 개 매장으로 양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스타벅스는 하노이와 호치민의 핵심 중심 상권(Prime Real Estate)만을 골라 입점하는 고수익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한다. 스타벅스 베트남은 2023년 말 사상 최초로 현지인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고 솔티드 커피(소금커피), 코코넛 커피 등 로컬 메뉴를 정식 도입하면서 매출 효율을 극대화했다. 비록 높은 임대료와 원두 수입 비용으로 인해 저가형 로컬 브랜드에 비해 초기 순이익률 부담은 컸으나, 프리미엄 가격 정책과 압도적인 고객 충성도에 힘입어 2026년 현재 두 자릿수 이상의 견고한 매출 성장세와 안정적인 흑자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스타벅스코리아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26년 5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대용량 텀블러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마케팅 문구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압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공안당국의 은폐 발언(“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을 연상시킨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표이사를 전격 경질했으나,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이 스타벅스 제품을 관공서 행사에서 퇴출하고 시민단체들이 글로벌 불매운동 연대를 결성하는 등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하노이 교민 사회와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하노이의 스타벅스 매장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을 벌여야 하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제 경영 및 지배구조 관점에서 심층 분석해 보면, 한국 스타벅스의 잘못으로 인해 베트남 하노이의 스타벅스를 불매하는 것은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무리한 접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첫째, 지배구조와 운영 주체의 완전한 분리이다.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마트(신세계그룹)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독자적으로 마케팅을 대행하는 국내 로컬 법인이다. 반면 스타벅스 베트남은 홍콩의 유통 대기업인 맥심 그룹(Maxim’s Group)의 자회사 ‘코피 컨셉’이 라이선스 받아 운영한다. 즉, 하노이 스타벅스의 매출은 한국 신세계그룹이나 스타벅스코리아의 이익과 단 1원도 연결되지 않는다.
둘째, 현지 고용 및 지역 사회에 대한 피해이다. 하노이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파트너(직원)들은 모두 우리 이웃인 베트남 현지 청년들이며, 최근 스타벅스 베트남은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데프 파트너(Deaf Partner)’ 매장을 여는 등 현지 취약계층 고용과 지역 사회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 법인의 역사 인식 부재로 발생한 사건 때문에 구조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베트남 현지 매장을 불매한다면, 이는 현지에서 땀 흘려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들과 무고한 라이선스 기업에 부당한 피해를 주는 ‘감정적 연좌제’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 스타벅스코리아의 엄중한 역사 왜곡 행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하고 연대하되, 하노이의 스타벅스 공간은 철저히 분리하여 바라보는 이성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성숙한 결론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