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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소가스 첫 사형 집행.. ‘비인간적 처벌’VS ‘고통 없는 처벌

국제기구와 인권단체 비판 쇄도

이러한 사형 방식은 ‘유례 없는 생체 실험’

< Illustration by Hae jin Choi (최해진) >

[객원 에디터 6기/장수빈 기자] 우리나라 법정 최고 형량은 사형이다. 그러나 1997년 12월 30일에 사형이 집행된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국제 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로부터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형이 집행되는 대표적인 나라로는 중국, 이란, 예멘, 사우디 아라비아, 미국 등이 있다. 

보통 사형방법으로 교수형이나 약물주입이 주로 사용되는데, 사형 집행국 중 미국 앨라배마 주 사법당국에서는 사형수 케네스 스미스(58)에게 질소 가스를 흡입시켜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하여 전 세계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은 이런 사형집행이 잔인하며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으며, 사형수 스미스의 변호인단 역시 잔인한 형벌을 금지한다는 미국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질소 가스 처형 집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사형 당일인 1월 25일 이를 기각했고 앨라배마 사법 당국은 집행 날짜 연기 없이 바로 당일 사형을 집행했다.

‘질소(Nitrogen) 가스 사형’은 사형수의 안면을 덮은 인공호흡기에 질소 가스를 공급해 저산소증으로 질식시켜 숨지게 하는 방식이다. 사법 당국은 ‘최소 15분’ 또는 ‘심장 박동이 멈춘 뒤 5분’ 가운데 더 긴 쪽을 선택하여 질소 가스를 공급한다. 사형 집행에 참관한 사람들에 따르면 ” 사형수가 살기 위해 몇 분 동안 몸부림치며 고통스러워했다”라고 전했다. 스미스는 사형 집행 시작 22분 후 사망 선고를 받았으며, 몇 분 동안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던 그는 2분여간 경련을 일으킨 후 숨을 가쁘게 몰아쉬다가 호흡을 멈췄다고 전해졌다. 

사형수 케네스 스미스는 1988년 빚을 갚기 위해 아내의 보험금을 노린 목사에게 1000달러를 건네받고 목사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아 35년째 수감 중이었다. 살인교사를 의뢰한 목사는 범죄가 발각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스미스의 공범이었던 존 포레스트 파커는 2010년 6월 약물 주입 방식으로 사형되었다.

종교계와 인권단체들의 질소 사형 집행 방법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바티칸 산하 가톨릭 자선단체인 산테지디오는 1월 23일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질소 가스 사형 집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앨라배마 보이콧’을 선언할 것이라며 유럽의 기업과 관광객들이 보이콧을 한다면 앨라배마가 수억 달러에 달하는 유럽의 투자와 관광수익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모리스 티볼빈즈 등 유엔인권특별보고관 4명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은 국제조약에 어긋나는 방식이라며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은 아주 고통스럽고 굴욕스러운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앨라배마 정부는 1988년 스미스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를 언급하며 스미스가 피해자에게 했던 행동에 비하면 이런 대우는 훨씬 낫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당초 사법 당국은 질소 가스가 몇 초 안에 의식을 잃게 만들고 몇 분 안에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스미스를 지원해 온 종교 단체 및 스미스를 상담해 온 제프 후드 목사는 사형 집행을 참관한 뒤 스미스가 30초 안에 의식을 잃는 일은 없었으며 질소 가스 주입 후 몇 분 동안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뿐이었다며 사형집행 방식을 비판했다. 앨라배마 주 교정 당국에서는 경련은 무의식적인 움직임이라고 반박했고 질소 가스 사형 집행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해자의 유가족인 아들은 어머니와 지낸 시간보다 스미스의 수감기간이 2배나 길었다며 오늘에서야 ‘정의를 실현했다’라고 밝혔다. 

사형 집행이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독극물에 사용되는 약물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사형 집행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사형 집행이 고문처럼 잔인하고 굴욕적인 처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인도적인 방법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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