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덴마크 정치에서 국민의 행복을 위한 방법을 배우다

< Illustration by Rina Kang 2010(강린아) >

[객원 에디터 6기 / 김정윤 기자] 덴마크는 우리나라 절반 크기지만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다. 지난 2016년 덴마크는 행복지수 순위에서 세계 1위, 2015년 청렴지수 세계 1위, 그리고 2015년 기업이 가장 일하기 좋은 나라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고 손꼽히고 있다. 또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덴마크는 2022년 세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 기록이다. 정부 효율성(6위→5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같은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64개국 중 지난해보다 1단계 떨어진 28위였다. 또한, 202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자살률·OECD 표준인구 보정)는 23.6명으로, OECD 평균(11.1명)보다 2배 이상 높다. 노인 자살은 그 5배로 높으며, 노인 빈곤율은 세계 1위로 44%~50%에 이른다. 무엇이 덴마크 국민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고 우리나라 국민들을 죽음으로 모는 것일까? 그 비결은 바로 정치다.

덴마크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이유는 정치인들은 특권이 없고, 특권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덴마크 전체 의원의 3분의 1 정도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이 중 장관도 포함된다. 비싼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한국의 국회 광경과 달리,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의사당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물론 자동차 주차장도 있는데, 대부분 소형차다. 또한, 덴마크 정치인들은 권력을 과시하고 화려한 사무실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의원들은 한 사무실에 두 명이 함께 사용하고, 다소 검소한 업무 환경에서 일한다. 덴마크 의원 지원 내역을 보면, 의원들의 급여는 1인당 GDP의 1.5배 수준(2022년 덴마크 1인당 GDP, 66,983 달러)이며, 비서는 의원 두 명당 한 명뿐이다. 식대는 50% 지원해 주며, 의원당 사무실 가구는 자비 구입해야 한다. 지난 2016년 세상을 떠난 정치인 앙커 요한슨은 노동자 출신으로 총리를 2번 지낸 인물로, 그의 소탈한 삶은 덴마트 정치의 검소함을 보여준다. 앙커 요한슨은 정치인으로서의 성공 이후에도 노동자들이 사는 작고 낡은 임대 아파트에서 47년을 계속 살았다. 그가 낡은 임대 아파트에서 생활을 이어간 이유는 정치가 서민의 삶과 함께 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또한, 앙커 요한슨은 정치인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보는 것이 아주 중요시 여겼다. 그래서 그는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앙커 요한슨은 외국 방문 때도 그 나라의 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경청하며 다양한 나라의 정치 모습 등에 관심이 많았다.

덴마크 정치 비결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는 바로 경청을 통한 협력과 타협이다. 덴마크 정치에서는 각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법안들을 여러 차례 토론으로 의견을 조율하며 타협을 중심으로 정책협의를 참여한다. 의원과 정부의 대화가 오가면서 서로의 기준 안에 법안이 충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소통이 활발하고, 의원이 생각하기에 수정이 필요한 법안인 경우, 장관을 만나서 절충안을 협의한다. 이렇게, 덴마크 정치에서는 타협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항상 협상을 하고 타협점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국민에게 필요한 법이 만들어질 때도 적용한다. 덴마크는 정당이 16개로 집권당도 다수당이 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집권당은 연합정부를 구성한 정당과 함께 야당과 대화에 나서고, 중도 진보 계열과도 대화에 나서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즉, ‘51%의 다수당이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49%의 국민을 외면한 것’ 이것이 덴마크 정치에 핵심이다. 이렇게 합의에 이른 정책을 만들다 보니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덴마크 정책은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상대 주장의 의견을 반영해 가며 존중하고 경청하는 토론을 이어간다. 특히, 토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임위원회에서는 좌석배치가 한국의 국회와 다르다. 각 당을 기준으로 좌석이 평행 배치된 한국의 국회와 달리, 덴마크 상임위원회는 정사각형 좌석으로 배치되어 있어 대결보단 대화를 유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임위원장 역시 의원들과 함께 앉아서 중재 역할을 한다. 법안 심사는 최소 3번 이상의 토론을 거치며, 각 당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시키는 조율 과정을 마치고 협의점을 찾은 다음, 법안이 재정된다. 특정 법안을 통과시킬 때 법사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다수의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 파악하고, 양 성향의 정당 의원들과 대화하며 의견 일치점을 찾는다. 아무리 소수당이라고 불평만 하지 않고, 일치점을 찾고, 만약 의견이 맞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후 본 회의장에서 진행되는 투표는 요식행위에 불과한데, 왜냐하면 상임위원회에서 이미 협상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덴마크 정치는 신뢰에 기본을 두고, 서로 간의 합의는 꼭 지킨다. 덴마크의 협의 정치는 제도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마음이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고, 이는 곧 덴마크 정치에 안정성을 주어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인다.

덴마크 정치에는 부정부패를 찾기 어렵다. 정치에 부정부패가 없는 것은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의정활동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특히 의회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휴가 기간과 대실 일한 대리인을 공지하도록 한다. 해외출장도 마찬가지로, 출장 사유는 물론, 출장비 사용 내역까지 자세히 공개한다. 호화 출장이나 물류성 출장도 동일하게 투명 공개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덴마크 정당도 정부로부터 매년 수십 억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하지만 사용 내역에 대한 감시는 철저하다. 정당에서 제출한 회계 보고서는 250여 개의 회계사들이 세심하게 조사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후원금 내역 등, 내용은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다. 보고서를 공개하는 이유는 국민이 정당에 누가 후원금을 내는지 알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정당 활동에 대한 의심을 없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1년 총선을 나흘 앞두고 야당 대표의 남편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유력한 총리 후보였던 헬레 토르닝 슈미트의 의혹에 언론은 남편의 일이지만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정계 은퇴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그녀는 의혹 제기를 해명하고 최초의 덴마크 여성 총리가 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회는 현직 판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세심한 진상 조사를 하여,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했다. 정당들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당시 총리 후보였던 헬레 야당 대표를 조사과정에서 제외했고, 그녀의 남편만 조사를 받도록 했다. 또한, 조사대상도 예외 없이 사건과 관련된 공직자를 모두 소환했는데, 이때 총리, 장관도 불러 대면조사까지 진행했다. 끝내 세금 탈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위원회는 조시 기간 동안의 정보를 보고서로 만들어, 조사 활동과 증인들의 육성을 DVD로 담아 국민들에게 공개했다. 더불어, 정치 부정부패를 막는 데에는 언론의 역할도 크다. 언론사는 판사보도 전문 기자를 배치해 정치인 관련 문제를 365일 감시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과도한 특권과 특권의식은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덴마크 의원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국회의원은 혜택으로 초봉 1억 5천만 원으로 1인당 GDP의 3배가 넘는다. 또한, 국회의원 한 명 당 45평짜리 큰 사무실에서 비서 포함 보좌진 최대 9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의원들을 위한 혜택 제도는 넘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정작 국민의 우리나라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전 세계 167개국 중 114위로 하위권이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한국 국회의원이 쓰는 돈 내역이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각 의원에게 지원되는 혜택이 정의롭게 사용되고 있는지, 국민을 위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곳에 사용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 회기 중 공무로 인해 체포되지 못하는 특권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등, 애초에 의원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을 법안으로 제정하고 떠넘기며, 교묘하게 의원에게만 유리하고, 국민보단 자신의 권위를 중심으로 사회방향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국회의원의 특권이 각 당이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과 교차되면서 국민 신뢰도와 관심도 하락하고 결국 우리나라 정치가 방탄국회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려면 우리나라 정치는 덴마크 정치처럼 투명한 정보 공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식 홈페이지에 각 의원이 받는 혜택과, 특권을 사용한 내역을 공개하고, 사용한 내역이 국민들을 위한 법안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공개를 통해 의원들도 국민에게 필요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언론은 덴마크 정치처럼 따로 보도 전문 기사를 배치하는 역할을 하여 국민들에게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이 한국 정치에 큰 관심을 가져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각 정당의 성향을 파악해 의원들의 특권 과시를 방지해야 하고, 투표를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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