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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토’와 ‘홀로코스트’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까?

< OpenAI의 DALL·E >

[객원 에디터 6기/김정서 기자]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할지 아니면 개인의 확고한 이념이 더 중요할까? 이는 매우 주관적인 문제로, 현재 미국에서 큰 논란이 된 대학가 반유대주의 논란을 간파하는 핵심 내용이다. 

반유대주의란 유대인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의미한다. 반유대주의는 유대인을 특정해 증오심, 편견, 적대감 등 반감을 드러내는 인종주의이며 ‘anti(반대한다)’와 ‘semitism(셈족, 현재 유대인을 의미함)’의 합성어이다. CNN에서 7개의 유럽 국가(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헝가리, 스웨덴, 오스트리아)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28%가 “유대인들은 세계 경제, 금융에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라고 답했고, “유대인들이 전 세계 정치와 미디어에 너무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라고 한 응답자도 20%로 집계됐다. 

이 여론조사는 유럽에 정착한 유대인에 대한 견제 심리나 적개심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많은 유럽인이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유대인들은 1948년 스스로 독립 국가를 선언할 때까지 수많은 박해와 추방의 대상이 되었지만, 어느 지역에 살든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고 그들의 종교와 문화, 전통을 고수한 것이 해당 사회에 협력하지만 동화하지 않는 모습이 반유대주의의 한 가지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반유대주의는 유럽과 미국에서 벌어지는 범죄행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8년 10월 27일, 미국 피츠버그 유대교 예배당에 난입한 로버트 바우어스는 총기를 난사해 11명을 살해했고, 대학가에는 나치즘을 지지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후, 미 대학에서 반유대인과 반이슬람 여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학내 반유대주의 여론을 충분히 비난하지 않은 대학 총장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하버드대에 취임한 클로딘 게이 총장의 거취 문제가 논의되었는데, 그 이유는 미 의회에서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확산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유대인 고액 기부자들에 의한 그녀의 사퇴 요구에 압박이 가해졌다. 미 하원에서 “대학에서 번지는 반유대주의 혐오 발언은 대학 행동 강령에 어긋나지 않는가?”라는 엘리스 스터파닉 공화당 의원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기에 빠졌다. 게이 총장은 당시 “하버드의 가치와 상충하지만 우리는 혐오스러운 견해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한다”라고 답했다. 이 발언 이후 학교 일부 기부자들과 정치인, 학생들은 그의 답변이 반유대주의를 사실상 조장한다며 사죄를 촉구했고, 비난이 거세지자, 게이 총장은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을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하버드대 다수 교수는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묵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단 이유로 정치권이 사퇴 압박을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이유로 펜실베이니아대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은 사퇴했고, 매사추세츠공대(MIT) 샐리 콘블루스 총장도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았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반유대주의’도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용인할 수 있느냐를 두고 개인과 단체 사이에서 격렬한 대립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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