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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스 가격상한제 합의

안팍에서 우려 고조…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4기 / 임소연 기자]

유럽연합(EU) 에너지장관들이 19일(현지시간) 두 달에 걸친 협상 끝에 가스 가격상한제에 합의했다. 역내 가격 급등을 방지해 유럽 에너지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요제프 시켈라는 기자회견에서 “임무를 완수했다.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또 한 번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했다”고 말했다.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이 온화한 날씨 등의 영향으로 약 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ICE선물거래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유럽 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시장에서 1월 인도분 가스 선물 가격은 전일보다 약 7.37% 하락한 메가와트시(MWh)당 97.9유로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가격상한제는 내년 2월15일부터 시행된다.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면 가격상한제가 발동되는데 기준물인 네덜란드 TTF 익월물 가스 가격이 메가와트시(㎿h)당 사흘 연속 180유로를 넘고, 글로벌 시장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35유로 이상으로 오르면 적용된다. 유럽내 가스 가격이 ㎿h당 3일 이상 180유로를 넘지 않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상한선은 당초 EU집행위원회가 제시한 ㎿h당 275유로에 비해 훨씬 강화됐다.

한편, 가격상한제를 두고 안팎에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가스 수출국인 알제리의 모하메드 아르카브 에너지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가스 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EU의) 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EU 전문매체인 유락티브가 현지 APS 통신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아르카브 장관은 “업스트림(upstream) 분야 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에너지 시장을 놔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업스트림은 보통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시추·생산 단계를 의미한다.

우려는 EU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EU 표결 당시 기권한 오스트리아의 레오노레 게베슬러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은 가스 가격상한제 시행 시 자국의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여전히 우리는 (러시아의)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고 언급했다. 

EU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가을 기준 유럽행 가스 공급량을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줄였다. 이는 나머지 20% 정도는 여전히 유럽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EU의 가격상한제 시행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차후 공급량을 추가로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와 달리 가스 가격상한제는 에너지난을 겪는 EU 자체적인 필요에 의한 일종의 자구책 성격이 강하다. 러시아산을 포함해 EU로 공급되는 모든 가스가 대상이어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직접적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격상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소재 오로라에너지연구소 소속 제이콥 맨들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가격상한제로 인한 효과가 소비자들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라며 “어떤 경우에는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상한제를 피하고자 거래업체들이 일종의 ‘우회 루트’를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EU는 1개월, 3개월 및 1년 선물상품에만 가격상한제를 발동하기로 해 당일·하루 전거래 및 장외거래 시장 등은 가격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거래업체들이 아예 영국 등 역외 거래소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가스 가격이 오르는 시점에 더 높은 가격에 팔려는 공급국 및 거래업체가 유럽 거래소를 통하는 것을 꺼린다면 가격은 지속해서 오르고, 공급 불안정성은 더 심화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한 배경에 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와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 등이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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