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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연사박물관에서 인간 유해 더 이상 볼 수 없는 이유

윤리적 · 도덕적 질타에 철거 결정

‘인간 유해’의 전시는 인간의 극심한 권력 불균형 및 인종차별의 상징

<인간 유해: pixabay 제공>

[객원 에디터 6기/장수빈 기자]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배경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 보관 및 전시하고 있던 1만 2000여 개의 인간 유해(죽은 사람의 뼈) 유물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미국자연사박물관은 이름처럼 ‘자연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를 모아 연구 및 전시하는 곳이다. 1869년 개관한 이곳에는 동식물과 광물을 합쳐 3500만 개의 표본이 소장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 시각) “박물관이 관행처럼 유지해 온 인간 유해 전시에 대해 최근 윤리적·도덕적으로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리고 전시관에서 모두 철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인기 전시코너인 11세기 몽골 전사의 유골 전시장을 포함해 인간 유해가 전시된 12개 전시실에서 철거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인류고고학박물관 역시 “인간의 존엄성과 후손들의 바람을 우선시하겠다”면서 인간 유해 철거를 결정했다.

박물관 개관 이래 최초의 흑인 박물관장으로 지난 4월 취임한 션 디케이턴 미국자연사박물관장은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과거 인간의 유해를 수집하고 분석한 연구는 극심한 권력 불균형으로 인해 가능했다”며 인간 유해 철거 결정을 내렸다.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해 중 상당수가 미국 원주민의 유해이고 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유족의 허가 없이 발굴되고 전시에 사용된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이는 윤리적인 결함을 갖고 있음도 지적했다. 

또 백인 우월주의에 뿌리를 두고 ‘인종 계층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나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우월하게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종차별적 요소(백인이 가장 큰 뇌를 가지고 있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뇌 용량을 측정하는 등 백인의 신체적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를 담고 있는 우생학을 위해 인간의 유해가 수집되어 분석되었다며 인간의 유해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전시하는 과정이 인종차별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부도덕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2022년 미국자연사박물관은 미국의 제26대 대통령인 루스벨트 동상을 철거했다. 말을 타고 있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흑인과 원주민 남성이 양쪽 밑에 서서 모시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는 해당 동상은 인종차별과 제국주의를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동상은 세계 평화를 존중하고 인간은 개인마다 존엄하다는 지금의 이념과 다른 전시물이었다. 

철거를 통해 미국자연사박물관은 박물관에서 시대착오적 발상과 차별적인 요소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인류 역사의 기원을 밝히겠다는 과학을 명분으로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를 위해 윤리적·도덕적인 문제를 눈 감은 채 지속해 왔던 연구는 이제는 막을 내려야 할 것이며 박물관의 이번 결정은 그 뜻을 함께한다. 인류 역사에서 ‘인종차별’과 ‘식민주의’로 인해 일어났던 많은 잘못된 일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개인, 지역 사회, 정부 및 기관에서 정의롭고 공평한 미래를 향해 현존하고 있는 그릇된 문화의 잔재를 해결하고 바로잡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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