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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 잠시 눕는 풀

Illustration by Sihyun Jeun (NAS Dubai Year 10)

by Kangrae Kim (DIA Year 9)

1970년대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지만 부자와 서민의 빈부격차는 점점 커졌고, 돈이 곧 권력이었기 때문에 부자들에게는 돈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므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자들에게 복종하였고 죄를 짓더라도 부자들은 돈으로 증인을 매수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누명을 씌우는 일도 가능했다. 

김원일의 ‘잠시 눕는 풀’은 197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인 시우는 돈이 없어서 서울로 올라왔다가 대기업 사모님인 김 여사의 눈에 들어 운전기사를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김 여사와 시골로 드라이브를 가는 도중, 휴게소에서 술에 취한 김 여사가 운전을 하고 싶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시우는 처음에는 말렸지만 해고당할까 봐 자리를 내주었고 결국, 지나가던 행인을 치고 말았다. 이 때문에  행인은 죽고, 김 여사와 시우는 중상을 입었다. 행인을 친 것은 김 여사이지만 집사인 이 선생은 김 여사를 전과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시우에게 큰돈을 주고 죄를 뒤집어쓰라고 설득했다. 시우의 형, 종우는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흥분했지만 이 선생은 종우를 호텔로 불러내 돈으로 설득을 했다. 시우를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대가로 당시 조그마한 식료품점을 구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인 130만 원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종우는 병원으로 돌아가 시우에게 가족을 위해서 죄를 뒤집어쓰면 안 되겠냐며 자신이 선금으로 받은 50만 원을 보여주었다. 시우도 그런 큰돈으로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하였고 재판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처음 약속과 다르게 시우는 실형을 선고받았고, 감옥에서 말 울음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웃는 모습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책의 제목인 ‘잠시 눕는 풀’은 그 당시 서민들을 빗대어 표현하였다.  1970년대에 서민들은 힘이 없었고 돈과 권력에 나약한 존재였다. 그래서 부자들이나 독재자들이 시키는대로 서민들은 그들 앞에서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햇빛과 물만 있으면 다시 일어서는 풀처럼 시우는 감방에서 출소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잠시 눕는 풀’이라고 생각한다.

시우가 얻은 것은 감방을 가고 난 뒤 더 나은 삶, 즉 가족의 꿈인 식자재 상점을 하며 예전처럼 궁핍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잃어버린 것은 시우 개인의 꿈인 부사장의 운전기사가 되는 것과 그의 양심이다. 분명히 이 선생은 시우에게 계속  운전기사를 하게 해주겠다고 하였으나 사고의 트라우마 때문에 운전기사가 되는 것을 김 여사 쪽 사람들이나 시우 둘 다 원치 않을 것이다. 또 그는 정의롭게 사고를 해결하지 않고 뒷돈을 받아 자신이 죄를 뒤집어썼다. 만약 그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이 선생은 어떻게든 시우를 범인으로 몰 테지만 그가 뒷돈을 받은 것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었다. 어느 방법을 하더라도 감방에 가게 되겠지만 그가 뒷돈을 받고 감방에 갔기 때문에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시우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사람들은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었고 만약에 내가 뒷돈을 받지 않고 억울함을 표출하더라도 이 선생은 증인을 매수하여 나에게 어떻게든 죄를 뒤집어 씌울 것이다. 이 일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당시는 김 여사처럼 돈으로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운전할 수 있었고, 또 그 사고에 대해서 아는 증인을 매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이런 불법 매수 사건이 자주 있었기 때문에 그 사건을 본 몇몇 사람들은 나를 비판하기 보다 내가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을 알아줄 것 같다. 또 억울한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로 감방에 가느니 우리 가족이라도 살리고 감방에 가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인 것 같다.

요즘은  이런 부조리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1980년도에 일어났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을 겪으며 풀과 같은 민중들이 민주주의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군부독재자들이나 부자들이 서민들을 돈으로 굴복시키고 죄에 대한 벌도 받지 않았지만 그에 대해 불만을 품어 오던 시민들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광주시민을 중심으로 전 국민이 전두환 보안 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였고, 이런 정신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공고히 하였다. 이런 민주화 운동이 있었기에 지금 날, 우리는 악한 부조리들 없이 살 수 있는 것이고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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