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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 ‘대위의 딸’에서 말하는 휴머니즘

Illustration by Yoeeun Lee (NLCS Dubai Grade 9)

by Seoyun Jeon (GWA Grade 9)

우리에게 휴머니즘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 사회는 인간적인 모습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들의 성공과 안위를 위해 본능에 충실하고 기회 앞에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생들은 학업 또는 외모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리고 20대는 취업과 연애 등을 위해 양심을 뒤로하고 과욕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비인간적으로 변질된 사람들은 다른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고 점점 사회는 삭막하게 될 것이다. 소설 ‘대위의 딸’은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쓴 장편 소설로 푸카초프의 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이자 소설 속의 화자인 그리뇨프는 대위의 딸 마리야와 사랑에 빠지고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농노 푸가초프의 반란으로 위기를 맞는다.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비인간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대위의 딸’에서 푸시킨은 18세기 제정러시아의 농노제 실상과 함께 그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자 애썼던 한 평범한 귀족 청년의 인간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뇨프는 귀족 신분이었지만 신분, 지위 등 차별 없이 모두를 동등하게 대한다. 발령지로 가던 그리뇨프는 눈보라 속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준 농부에게 선물을 하며 은혜를 베풀었다. 그리뇨프의 시종인 사벨리치는 농부에게 그럴 필요까지 없다며  말렸지만 그리뇨프는 술과 함께 새로 산 토끼 가죽 외투를 주었다. 나중에 그 농부는 반란의 주인공인 푸카초프로, 그때 그리뇨프의 호의를 잊지 않고, 위기마다 도와주게 된다. 사벨리치가 그리뇨프를 말린 이유는 당시 귀족들은 낮은 신분인 농부에게 그렇게 크게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뇨프는 가난한 부랑자라도 같은 사람이며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혜는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푸카초프가  반란을 성공한 후, 그리뇨프에게 자신의 편에 서면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했을 때도 군인의 명예와 황제와의 신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상황에서는 보통 명예나 의리보다 목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뇨프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전하면서 조국과의 의리를 지키려고 했고, 푸카초프는 그런 그리뇨프가 맘에 들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그리뇨프가 내린 판단과 결정을 통해 푸시킨은 ‘대위의 딸’에서 그리뇨프의 인간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푸시킨은 ‘대위의 딸’ 속 마리야도 여성이었지만 그리뇨프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푸카초프의 반란으로 부모님을 잃고 숨어 지내고 있을 때, 쉬바브린이 납치까지 하며 구애를 했지만 마리야는 ‘저는 절대로 당신의 아내가 되지 않을 거예요! 제가 풀려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죽는 길을 택하겠어요’라며 거짓 사랑을 맹세하지 않았다. 또한 마리야는 그리뇨프가 모함으로 위험에 처하자 황제를 찾아가기로 한다. 18세기 제정러시아 사회에서 여성은 대부분 수동적이었으며 여성의 몸으로 황제를 찾아가는 용기는 당시 관점에서는 놀라운 행동이었다. 또한, 섣불리 나설 경우에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마리야는 부모를 모두 잃었을 때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그리뇨프와의 사랑도 지켜냈다. 마리야가 황제를 찾아가기 전, 우연히 만난  어떤 부인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바로 그 부인이 여제였고, 여제의 도움을 받아 그리뇨프는 감옥에서 풀려나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제목 ‘대위의 딸’인 마리야의 용기로  남편을 지켜냈고 행복을 완성하였다.

반면에, 푸시킨은 ‘대위의 딸’ 속 쉬바브린을 통해 비인간적인 측면도 보여주었다. 쉬바브린은 한때 마리야를 짝사랑하였고 마리야에게 사랑을 고백하였던 인물이다. 하지만 마리야는 쉬바브린에게 마음이 없었고 거절을 한다. 그 후에도 쉬바브린은 사랑을 단념하지 못했고 마리야와 그리뇨프 사이를 방해한다. 그리뇨프가 마리야에게 연시를 써주었을 때도 둘 사이를 이간질하고 결국 결투를 하며 그리뇨프의 가슴을 찌른다.쉬바브린은 사랑에 대한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는 인물로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모르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또 쉬바브린은 눈치가 빠르기도 하지만 의리도 없는 기회주의자였다. 나라가 우세할 때는 나라의 장교로써 대위 밑에서 일을 했지만, 푸가쵸프와 반란군이 우세할 때는 금세 푸가초프 옆에서 푸가쵸프의 신뢰를 얻어냈다. 마지막으로, 쉬바브린은 그리뇨프를 옥에 넣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게 되는데 이것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푸시킨은 소설 ‘대위의 딸’ 속 쉬바브린을 통해 얼마나 사람이 비인간적일 수 있는지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했다. 만약 모든 사람이 쉬바브린처럼 행동하게 된다면 탐욕과 배신은 팽배해질 것이고 비인간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푸시킨은 여러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휴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다. 푸시킨은 신분사회였던 당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또한 진실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베풀다 보면 언젠가 보상을 받을 날이 오며 인간다움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푸시킨이 소설에서 표현한 것과 같이 세상에는 그리뇨프와 마리야와 같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쉬바브린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또한, 자신들이 생각을 하고 마음을 잡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소수의 사람들이 모두 한 번에 바꿔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비인간적인 사회를 막기 위해 고민하고, 나 한 사람부터라도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대위의 딸 ] : 1836년에 발표된 러시아 작가, 푸시킨의 중편 역사소설로, 18세기 후반 러시아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 귀족과 민중의 삶을 통해 참다운 귀족 정신의 방향과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그리뇨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하지만 소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의 몸으로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쟁취한 마리야는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또한, 지금까지 약탈자로 알려진 푸카 초프의 인간미가 반란의 잔인성과 대비되어 묘사한 부분은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적 작품이라고 칭송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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