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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 벗어날 수 없는 중압감, 소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Illustration by Yoeeun Lee (NLCS Dubai Grade 9)

by Yunji Kim (NAS Dubai Year 11)

소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는 1900년대 후반에 작가로 활동하던 박완서의 작품으로, 인생을 짓누르는 문제들을 안고 사는 삶을 다루고 있다. 바뀔 수 없는 타고난 삶의 조건 속에서 시련과 중압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나’인 연이 엄마와, 옆집 설희 엄마의 이야기이다. 6.25가 끝난 후, 이념 경쟁과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느끼며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학교 모임을 가던 중, 연이 엄마가 진창길에 빠지면서 설희 엄마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진창길을 생각 못하고 고무신을 신고 나온 연이 엄마와 이미 아픈 설희를 데려다주고 장화를 신고 나온 설희 엄마는 처음으로 긴 얘기를 나눈다. 연이 엄마는 평소에 다리를 저는 설희를 굳이 일반 학교에 보내는 설희 엄마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진창길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준 설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생각하게 되고, 돈을 내라는 학교를 같이 욕하며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 후로 그 둘은 가끔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친해진다. 어느 날 설희 엄마는 자기 집안의 속사정을 연이 엄마한테 털어놓게 되고, 연이 엄마도 처음엔 주저하다가 결국에는, 6.25 이후 자신의 오빠가 북한에서 내려올까 봐 계속 맘을 졸이고 산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 그래도 장모님의 집에 얹혀사는 열등감이 있었던 남편과의 갈등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마치 진창길 같다는 얘기를 한다. 연이 엄마는 이 얘기를 할 때 설희 엄마가 자신을 안 좋게 볼까 봐 걱정했지만 설희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연이 엄마와 계속 친하게 지낸다. 그리고 어떤 가을날, 설희 엄마는 원래 화가였던 설희 아빠가 미국에서 보험회사에 자리를 얻었다며 설희를 데리고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며 출국을 서둘렀다. 그간의 정이 들어 연이 엄마는 공항까지 배웅을 갔다 왔고, 오는 길에 끼고 있던 틀니가 너무 아파 고생을 한다. 연이 엄마는 겨우 집에 도착하자마자 불편한 틀니를 빼지만 여전히 턱이 아팠고, 이 고통의 원인이 틀니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이 소설에서 설희 엄마와 연이 엄마는 그들만의 ‘진창길’을 걷고 있다. 설희 엄마는 장애인인 설희를 데리고 사는 데 불편한 당시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시선,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복지, 그리고 가부장적인 시어머니와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연이 엄마는 설희 엄마와 같이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6.25 이후 북에 있던 친오빠가 북쪽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함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북으로 갔던 오빠가 다시 돌아오기라도 하면 ‘빨갱이 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남편의 직장까지 영향을 받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며 오빠를 원망하고 차리리 오다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원래도 장모님 댁에서 사는 것에 열등감을 느꼈던 연이아빠는 처남 때문에 승진도 어려워지고 해외연수까지 제외되자 부부 갈등은 심해진다. 연이 엄마는 점점 비뚤어져가는 남편의 모습과 자신의 감정소비를 끝내고 싶어 이혼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이 엄마에게는 이 모든 상황을 벗어날 방법도 희망도 없다. 이렇게 둘 다 ‘진창길’을 가던 상황에서 설희 엄마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남편은 취직을 하고, 설희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설희 엄마가 ‘진창길’을 먼저 벗어났던 것이다.

설희 엄마를 공항으로 배웅해 주고 집에 온 연이 엄마는, 통증을 느꼈던 틀니부터 빼 버린다. 하지만 틀니를 빼고도 턱이 아프자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틀니로 인한 통증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결코 틀니로 인한 아픔이 아니었던 것이다. 연이 엄마는 ‘진창길’에서부터, 이 나라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설이 엄마가 부러웠고 자신은 벗어나지 못한 한국적인 제약의 중압감으로 인한 통증을 틀니의 통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비로소 연이 엄마는 자신의 통증을 정직하게 받아들였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 ‘정교하고 가벼운 틀니는 지금 손바닥에 있건만 아직도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또 하나의 틀니의 중압감 밑에 옴짝달싹 못하고 놓여진 채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여기서 이 ‘제일 무거운 또 하나의 틀니’는 연이 엄마를 짓누르는 현재 상황의 중압감, 그러니까 연이 엄마가 타고난 삶의 조건 속에서 느끼는 부담감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이 엄마는 이 ‘틀니’를 탈출한 설희 엄마가 부러웠고, 설희 엄마와 비교되는 자신의 상황이 절망스러웠기 때문에 고통을 느꼈던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있는 사회적 제약은 이 소설에서 연이 엄마와 설희 엄마가 겪었던 사회적 제약과 비슷하다. 장애를 가진 딸이 있었던 설희 엄마는 사회적 차별과 소외감을 느꼈고 동시에 가난도 겪으며 살아갔다. 또 연이 엄마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누려본 적이 없었다. 이를 현재 사회에 비교해보자면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회적 차별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 학벌과 직업의 귀천에 따른 사회적 시선, 그리고 우리가 바꾸지 못하는 삶의 조건에서 누구나 압박을 받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살고 있다. 또한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의 경우, 우리나라는 선진국만큼 장애인 복지가 잘 되어있지 않아 받지 못하는 혜택이 많을뿐더러 사람들에 의한 편견에 시달리기도 한다. 나는 우리나라 정부가 이런 사회 복지를 선진국을 본받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편견과 차별을 줄이는 제도를 보완하여 다른 사람의 행복한 삶에 대해 진심으로 축복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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