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객원 에디터 11기 / 이채원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조 달러는 상상하기도 힘든 큰 숫자, 국가 경제를 이야기할 때나 등장하는 숫자였다. 그런데 이제 그 숫자가 한 사람의 재산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초로 순자산 1조 달러를 돌파하며 ‘트릴리어네어(조만장자)’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세계 최고 부자라는 표현조차 더 이상 일론 머스크의 자산 규모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여 년 동안 기술 산업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 창업에 참여한 뒤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켰고,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 개발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업 xAI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X까지 운영하며 자동차, 우주, AI, SNS 등 여러 산업에 동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일론 머스크의 자산 증가의 결정적인 계기는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였다. 기업공개란 비상장 기업이 최초로 일반 대중과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하고,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같은 주식시장에 상장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기업공개 전까지 스페이스X는 외부에서 가치만 막연히 추정할 뿐,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없는 비상장 기업이었다. 즉, 머스크의 우주 자산은 서류상 숫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장을 통해 스페이스X의 주식이 시장에서 공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기업 가치를 전 세계가 인정하는 실제 가격으로 확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일론 머스크의 막대한 서류상 재산은 언제든 수백조 원의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진짜 자산으로 공인돼 조만장자라는 반열에 올랐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기술을 상용화하며 로켓 발사 비용을 크게 낮췄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임무와 민간 위성 발사를 수행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테슬라, xAI, X의 기업 가치까지 상승하면서 머스크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뛰어올랐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민간 우주 산업이 새로운 성장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최근 투자 시장에서 일론 머스크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확 끌어당긴 셈이다.
1조 달러라는 숫자는 체감하기 쉽지 않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1,500조 원이 넘으며, 세계 상당수 국가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다. 하루에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1조 달러를 모두 쓰는 데에는 2,700년 이상이 걸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최고 부자의 자산이 3,000억 달러 안팎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술 기업의 성장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머스크를 전기차와 민간 우주산업, 인공지능 분야를 개척한 혁신가로 평가한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정부 중심이었던 우주 산업의 구조를 바꾸었고, 테슬라는 전기차를 대중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지나치게 큰 부와 영향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 기업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한 사람의 선택이 시장과 정책까지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미래 산업으로만 여겨졌던 AI와 우주 산업이 이제는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이 변화와 성장 속도는 기존의 부의 기준마저 바꾸고 있다. 따라서 일론 머스크의 조만장자 타이틀 탄생은 단순히 세계 최고 부자가 등장했다는 가벼운 소식으로만 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