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화학물질 저장 탱크가 과열되며 제기된 폭발 위험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객원 에디터 11기 / 이채원 기자]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 자동차 부품, 비행기 부품, 투명 플라스틱, 건축 자재 같은 제품들은 여러 화학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는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저장 탱크가 필요하다. 평소 이런 저장 탱크들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공장 안이나 산업 시설 뒤편에 조용히 놓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에서는 이 평범해 보이는 탱크 하나가 지역 전체를 긴장에 빠뜨렸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항공우주 기업 GKN 에어로스페이스 시설이었다. 해당 탱크 안에는 약 7,000갤런의 메틸 메타크릴레이트(MMA)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었다. MMA는 아크릴 플라스틱과 플렉시글라스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명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이다.
문제는 이 물질이 열과 압력에 매우 민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탱크 내부 온도는 점점 올라가는 상황이었고, 당국은 폭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탱크 온도는 금요일 77℉에서 토요일 90℉, 일요일에는 100℉까지 올라갔다. 온도가 상승함과 동시에 탱크가 부풀어 오르는 모습도 확인됐다.
하지만 당국은 폭발 위험이 있는 탱크를 쉽게 비울 수 없었다. 탱크 안의 화학물질이 이미 반응을 시작하면서 일부가 굳어졌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밸브가 막히면 화학물질을 빼내거나 중화제를 넣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잘못 건드릴 경우 상황이 더 위험해질 수 있었다. 때문에 소방 당국은 탱크 밖에서 물을 뿌리며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선택했다. 뜨거워진 압력 탱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갑자기 파열될 경우 액체가 순식간에 기체로 변하면서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런 위험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다. LA Times는 화학 업계가 오래전부터 탱크의 열폭주 위험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열폭주는 화학 반응이 스스로 열을 만들고, 그 열에 의해 화학 반응이 더욱 빨라지는 현상이다. 쉽게 말하면 작은 문제가 점점 커지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단지 한 공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든그로브의 시설은 주택가와 학교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만약 탱크가 실제로 폭발하거나 화학물질이 유출되었다면 피해 규모가 상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국은 주변 지역에 대피령을 내려 약 6만 명이 대피소로 이동했다.
비슷한 위험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는 오랫동안 보관되던 질산암모늄이 폭발해 2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 이는 위험 물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때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다행히 가든그로브 사건은 대형 폭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국의 판단 아래 탱크에 균열이 생기며 압력이 빠져나갔고, 폭발 위험이 해소되면서 대피령도 해제됐다. 이 사건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폭발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도시 전체가 멈춰 설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대 산업은 화학물질 없이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위험한 물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느냐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