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TECH]해수담수화의 2막: 바닷물을 마시는 기술에서, 도시를 설계하는 인프라로

단순 식수 공급을 넘어 에너지, 도시, 산업, 자원 회수의 미래로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강세준 기자]  해수담수화는 오랫동안 바닷물에서 소금을 제거해 식수를 만드는 기술로서만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물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상시화되고, 인구와 산업이 해안 도시로 집중되면서 해수담수화는 이제 비상용 대체 수단이 아니라 도시와 산업을 유지하는 핵심 인프라로 재해석되고 있다. 최근 모로코는 장기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담수화 설비와 수로, 전력망 투자를 함께 확대하고 있으며, 키프로스 역시 반복되는 물 부족 속에서 담수화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담수화는 더 이상 일부 사막 산유국의 특수한 기술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이 되어 가고 있다.

기존 해수담수화의 중심에는 역삼투압(RO, Reverse Osmosis) 기술이 있다. 이 방식은 해수에 높은 압력을 가해 물 분자만 반투과막을 통과시키고, 염분과 불순물은 걸러내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과거의 열 증발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서 역삼투압은 담수화 산업의 표준 기술로 자리 잡았고, 최근 수십 년간 담수화 공정은 끓여서 증발시키는 고전적 방식에서 보다 정교한 막 기반 시스템으로 크게 진화했다. 문제는 이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며, 공정 끝에 남는 고농도 염수 처리 문제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즉 담수화의 1막이 ‘물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2막은 ‘더 적은 에너지로, 더 적은 폐기물을 남기며, 더 넓은 지역에서 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담수화 산업의 핵심 화두는 생산 자체보다 구조 전환에 가깝다. 대표적인 변화는 재생에너지와의 결합이다. 태양광, 파력, 원자력 등과 결합한 담수화 설비, 막 오염을 줄이는 소재 혁신, 운영 비용을 낮추는 신기술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담수화의 지속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아부다비에서는 SUEZ, TAQA, Siemens가 신흥국을 위한 차세대 담수화 기술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단순 설비 확대가 아니라 더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시스템 자체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성격을 띠고 있다. 담수화가 기존의 에너지 다소비형 플랜트 산업에서 벗어나 전력 시스템과 함께 최적화되는 형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담수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담수화가 “물값이 비싼 나라들이 쓰는 비상 대책”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해안 도시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떠받치는 기반 시설로 논의된다. 전 세계 각국 정부들은 물 스트레스가 확산되면서 담수화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기 시작했고, 모로코의 경우 2030년까지 담수화 생산량을 크게 늘려 국가 물 수요의 상당 부분을 감당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담수화는 이제 단순히 물을 보충하는 기술이 아니라, 농업과 도시, 산업단지의 유지 방식을 다시 짜는 기술이 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담수화된 물을 직접 농업에 쓰기보다, 그 물로 도시 수요를 충당해 기존 댐 물을 내륙 농업으로 돌리는 방식까지 검토되고 있다. 기술 하나가 아니라 물 배분 체계 전체를 바꾸는 셈이다.

담수화의 미래를 더 넓히는 또 하나의 흐름은 공정 위치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2025년 들어서는 심해의 자연 압력을 활용하는 새로운 담수화 기술이 카리브해에서 중동까지 실제 적용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접근은 깊은 바다로 장비를 내려보내 수압을 이용함으로써 지상에서 막대한 압력을 전기적으로 만들어내는 부담을 줄이려는 발상에 가깝다. 아직 대규모 상용화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담수화의 병목이던 에너지 문제를 공학적으로 우회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의 담수화는 더 큰 펌프를 돌리는 경쟁이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물리적 조건을 이용해 물을 생산할 것인가를 둘러싼 설계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담수화 산업은 이제 폐기물로 여겨지던 염수까지 다시 보기 시작했다. 담수화 이후 남는 염수에는 리튬과 마그네슘 등 다양한 광물이 농축돼 있는데, 이 부산물을 회수하는 ‘brine mining’이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비용과 환경 부담으로만 여겨졌던 염수 배출을 장기적으로 자원 회수와 순환경제의 문제로 바꾸는 발상이다. 바닷물에서 물만 뽑아내는 시대를 넘어, 물과 광물, 에너지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방향으로 담수화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비전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담수화는 여전히 에너지 집약적이며, 고농도 염수 배출은 해양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담수화가 아무리 발전해도 모든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며, 누수 저감, 하수 재이용, 물 가격 체계 개선, 농업용수 구조 조정과 같은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과잉 기대만 남을 수 있다. 즉 담수화는 만능 해답이 아니라, 물 부족 시대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로 이해돼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바로 그 한계 때문에 기술 혁신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지금 담수화 산업은 더 많은 물을 만드는 산업이 아니라, 그 물을 더 싸고, 더 깨끗하고, 더 전략적으로 만드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해수담수화의 미래는 “바닷물을 식수로 바꿀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은 담수화가 어떤 에너지 체계와 결합할 수 있는지, 염수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이 기술이 해안 도시의 생존과 산업 구조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에 있다. 결국 해수담수화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물 부족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선택적 대안이 아니라 다음 세대 도시를 설계하는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위즈덤 TECH] 환경공학과 지속가능한 기술은 우리 세대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적 방법을 활용하는 학문입니다. 재활용 기술, 대기 정화 시스템, 친환경 소재와 같은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기술이 어떻게 환경 보호와 사회 문제 해결에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살펴봅니다. 위즈덤 아고라 강세준 기자의 ‘위즈덤 TECH’와 함께 기술과 환경이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 보세요.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