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TECH]물 속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그 속에 숨겨진 기술들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이승원 기자] ‘언더 레스토랑’은 노르웨이 남부 린데스네스 해안에 위치한 세계적인 해저 레스토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바다에 잠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으며 많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비스듬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이 레스토랑의 총길이는 약 34m이다. 건물의 절반은 지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해저 약 5m 아래까지 이어져 있다.

‘언더 레스토랑’은 2019년 6월에 처음 문을 열어 현재까지도 운영 중이다. 이 레스토랑은 총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무로 된 짧은 다리를 지나 입구로 들어가게 되면 외형과는 다르게 온화한 느낌의 천연 오크나무로 둘러싸인 내부에서 직원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중간층에서는 길쭉한 수직 창문을 통해 바다와 육지의 경계인 해수면과 파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이곳에는 바가 마련되어 있다. 가장 아래층인 해저층에는 35~40명이 식사할 수 있는 메인 홀이 위치해 있다. 메인 홀에는 대형 창문이 설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바닷속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가로 11m, 세로 3.4m 크기의 이 창문은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약 30cm 두께로 제작되었다. 이를 통해 별도의 잠수 장비 없이도 바다표범이 헤엄치는 모습과 대형 켈프 숲, 대구 떼가 지나가는 장면 등 바닷속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언더 레스토랑의 비밀들

어떻게 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거센 바닷속 환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언더 레스토랑이 바다의 강한 힘을 이겨내기까지는 수많은 공학자와 기술자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첫 번째 난관은 파도였다. 사람이 바다에서 느끼는 파도의 힘은 크지 않지만, 거대한 구조물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길이 34m에 달하는 구조물의 한쪽 면이 지속적으로 파도의 충격을 받을 경우 일반적인 구조물은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언더 레스토랑은 완전한 직사각형이 아닌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튜브 형태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형태는 파도의 충격을 위쪽과 측면으로 분산시켜 구조물이 받는 힘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건물은 파도뿐만 아니라 바닷물의 압력도 견뎌야 한다. 특히 해수면 아래에 위치한 구조물은 수압과 물의 무게를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이를 견디기 위해 언더 레스토랑의 콘크리트 외벽은 약 1m 두께로 시공되었으며, 앞서 언급한 대형 아크릴 창 역시 약 30cm 두께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바닷속 건축물의 위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부식이다.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은 콘크리트 내부 철근을 부식시켜 구조물의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해양 건축물에는 매우 치명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자들은 C55/60급 고밀도 해양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이 콘크리트는 슬래그와 플라이애시 등의 결합재를 활용해 내부 조직을 더욱 치밀하게 만들었으며, 염분 침투와 화학적 부식, 파도에 의한 마모를 오랜 기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설계에 참여한 기술자들은 해당 구조물이 60년 이상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 관람창에 유리가 아닌 아크릴을 사용한 것에도 이유가 있다. 유리는 강한 수압을 받으면 한순간에 파손될 위험이 있지만, 아크릴은 어느 정도 휘어질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수압으로 발생하는 힘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켜 유리보다 더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다른 과제는 건물의 고정이었다. 아무리 무거운 구조물이라도 바닷물의 강한 부력 앞에서는 떠오를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자들과 건축가들은 먼저 지상에서 건물을 제작한 뒤 바다에 띄웠다. 이후 내부에 설치한 임시 물탱크의 수량을 조절하며 구조물의 위치를 세밀하게 조정했다. 최종적으로는 해저 화강암 지반을 가공해 전용 프레임을 만들고, 직경 10cm가 넘는 18개의 대형 볼트를 사용해 구조물을 암반 깊숙이 고정했다.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내부 환경이었다. 수온 약 4~10℃의 차가운 바닷물과 상대적으로 따뜻한 실내 공기가 만나면 결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방문객의 불편은 물론 식재료 변질과 곰팡이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레스토랑 운영에 큰 문제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설계자들은 외벽 콘크리트 안쪽에 강력한 단열 시스템을 구축했다. 먼저 액상형 탄성 폴리우레탄 수밀막을 도포해 외부 습기의 유입을 차단하고, 그 위에 독립기포형 경질 폴리우레탄 폼을 분사해 두꺼운 단열층을 형성했다. 이를 통해 내부 공간을 외부 온도 변화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었다.

또한 기술자들은 기압 차이로 인해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내부 기압을 항상 지상과 같은 1기압으로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구조물 내부를 지상과 연결된 통로 형태로 구성해 공기가 자연스럽게 순환하도록 만든 것이다. 우리가 깊은 지하주차장이나 해저 터널에 들어가도 귀가 먹먹해지지 않는 이유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 셈이다.

작은 공간 속 거대한 기술

‘언더 레스토랑’은 단순한 해저 레스토랑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공학자와 기술자들의 고민, 그리고 안전을 위한 기술이 담겨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건축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과 설계는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으며, 오늘도 더 안전하고 편리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위즈덤 TECH] 토목 공학,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투박하고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의 이미지만 떠오르곤 합니다. 저는 토목 공학을 모든 것의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학자들이 구조물 뒤에 숨겨진 많은 계산과 원리를 저는 더 알아보고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건물들과 구조물들, 그 뒤에서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토목 공학자들에 대해 위즈덤 아고라 이승원 기자의 ‘위즈덤 TECH’으로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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