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SF가 현실이 된 바이오테크의 역사와 미래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김정윤 기자] 유명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 공원 (1993)’은 공룡 테마파크에서 일어나는 SF 영화 시리즈로, 공룡을 복제기술로 복원하여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영화 속 연구원들은 지구상에서 오래전 멸종한 공룡을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되살려 만들었다. 단순 영화 속 판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일리가 있는 과학적 상상력이다. 의대생이었던 원작 소설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상상력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실제로 가능할 법한 아이디어를 냈다. 수천만 년 전에 살았던 모기가 공룡의 피를 빨아먹고 송진(나무 수액)에 묻혀 호박이 된 상태를 공룡 과학자들이 발견하고, 수액에 갇히기 전 모기가 마신 공룡 피에서 DNA를 추출하여 공룡을 되살린 것이다.

비록 소설 속 이론이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영감을 얻어 상상을 현실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몇 100만 년 전 멸종한 공룡의 DNA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처럼, 복원 프로젝트는 공룡뿐만 아니라 약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를 되살리기 위한 연구도 진행됐었다. 매머드는 추운 시베리아 지역에서 서식했기 때문에 영구동토층이 천연 냉동고 역할로 매머드를 보관했다는 이론을 가지고 2008년, 본격적인 리서치가 시작됐다. 지난 2015년 중앙뉴스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북극에서 발견된 매머드 사체의 DNA 14종을 코끼리에 주입하여 매머드와 가장 유사한 동을 부활시키는 연구”를 진행했다. 현존하는 코끼리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매머드 유전자가 이식된 코끼리의 이름은 ‘Crispr’로, 연구원들은 코끼리와 매머드 유전자 결합의 변화를 중심으로 연구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매머드-코끼리 복원 연구는 실패했는데, 주요 실패 원인은 매머드와 아시아 코끼리의 유전자 편집 한계와 수 천 년 전 DNA 손상으로 인한 기능성 복제의 한계였다. 하지만 이후, 매머드 복원을 향한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2027~2028년까지 매머드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한 미국 생명과학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매머드의 유전자를 생쥐의 유전자에 교정하여 매머드의 털 특징을 가진 털북숭이 생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과연 인간의 기술력으로 과거의 생태계를 완벽히 돌려놓는 것은 가능할까? 이 질문의 답을 알기 위해서는 바이오테크의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이 글에선 바이오테크놀로지, 즉 생명공학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각종 기술 종류를 여러 영화 속 내용과 연결하여 풀이하고자 한다. 

21세기까지의 현재를 보면, 인류는 총 4번의 산업혁명을 거쳤다. 원조인 1차 산업혁명은 영국 공학 기술자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개발로 기계문명을 발달시켰고,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전기에너지를 활용한 자동차가 상용화되었다. 이후 우리에게 익숙한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말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지식정보를 중심으로 디지털 체계가 구현되었다. 마지막으로 2015년에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초연결, 초지능 혁명이다. 초연결과 초지능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인공지능과 연결된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 대 사람이나, 사람 대 사물 등,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서 이전엔 없었던 새로운 분야가 발견되고 융합기술을 통해 기술연결도 가능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바이오테크로, AI·빅데이터와 결합하면서 생명공학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융합기술은 대표적으로 정보 기술 (IT), 바이오 기술 (BT), 그리고 나노 기술 (NT)로 나뉜다. 과거에는 각 분야 사이 칸막이가 존재했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융합기술이 만나면 혁신적인 이 세상에 없는 기술이 탄생한다. 좋은 예시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디지털 음악 플레이)과 전화기, 그리고 인터넷을 모두 합친 최초의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이는 여러 기능을 융합한 것인데, 바이오테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부상했다. 

바이오테크는 생물학의 유전자 기술과 물리학 이론을 결합한 융합 분야다. 유전자 DNA는 A, T, G, C라는 이름이 붙은 이중나선구조 형태로, 인간은 대략 32억 개의 염기 서열을 가지고 있다. 생물학자 왓슨과 물리학자 크릭은 모든 생물의 생체정보는 DNA에 저장되며 이중나선구조라는 사실을 밝혔다. 시간이 지나, 생화학자 스텐리 코헨은 DNA를 자르는 가위를 연구했고, 생명공학자 하버트 보이어는 고무밴드 같이 동그란 DNA를 박테리아에 넣는 연구를 했다. 그들은 함께 연구한 끝에 두 기술 모두 적용할 수 있는 DNA 재조합 기술을 탄생시켰다. DNA 재조합 기술은 어느 생물체의 특정한 유전자 정보를 자르고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 정보로 편집하는 기술이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DNA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며, 이렇게 하여 인간 DNA가 결합된 박테리아를 바로 오늘날의 바이오 신약이라고 부른다.

1973년 코헨과 보이어 교수는 DNA 재조합 기술, 더 넓게 말해 유전공학을 창시했다. 보이어는 벤처 투자가 밥 스완슨과 손을 잡고 생명공학 벤처기업 제넨텍(Genentech)을 창업했다. 또, 경쟁 기업 엘리 릴리 (Eli Lilly)과의 협력 계약을 맺어 인슐린 생산에 성공하고 35달러 주식이 20분 만에 89달러로 (약 2.5배) 급등하며 보이어 교수와 스완슨은 그야말로 벼락부자가 되었다. 1980년대 초, 제넨텍은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 월 스트리트에서 단시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2012년, 현재까지 생명공학에서 가장 혁신적인 CRISPR-Cas9 유전자 가위(편집) 기술이 개발됐다. CRISPR는 바이러스를 기억해 두는 DNA 배열, 그리고 Cas9은 그 기록을 읽고 특정 DNA 위치를 정확히 잘라내는 가위 역할을 한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유전병을 유발하는 부위를 제거하고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유전자교정 치료 약물로도 사용된다. 또한, CRISPR-Cas9 기술은 멸종 동물 DNA의 일부를 현존하는 동물 DNA에 넣어 멸종 동물의 특징이 나타나게 하는 복원 연구나 식물의 유전자를 편집하여 기후변화에도 강한 GMO 작물 개발 연구에도 사용될 수 있다. 기술의 성능 측에서도 CRISPR-Cas9 기술은 코헨과 보이어 교수가 개발한 DNA 재조합 기술보다 효율적이다. DNA 재조합 기술은 DNA를 자르고 다른 생물체에 넣어 재조합했다면 CRISPR-Cas9는 빠르고 쉽게 원하는 유전자를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테크의 쓰임은 다양하다. 크게 신약개발이나 재생의학 같은 레드 바이오, 작물 개발과 식량 안정성을 확보 연구의 그린 바이오, 바이오에너지, 폐기물 처리 등의 블루 바이오, 그리고 CDMO (위탁개발 및 생산)처럼 산업에서 사용되는 화이트 바이오 등이 있다.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인류에게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바이오테크일 것이다. SF 영화 가타카(GATTACA)는 DNA발판 이름 ATGC를 조합해 만든, 미래의 바이오테크를 암시하는 내용을 풀어낸다. 영화 중 태어난 아이의 발바닥에서 피를 채취하고 피 속 DNA를 검출 및 분석하여 아이를 미래를 예측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아이의 보무는 DNA로 결정되는 아이의 인생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린다. 또 다른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유전자 분석 센터를 찾아 남자친구의 머리카락 샘플을 분석하고 점수를 받는 기괴한 장면이 펼쳐진다.

한 사례로 2000년,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름하여 ‘게놈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한 사람의 ATGC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게놈 해독 비용은 처음 30억 달러 (3조 원)에 10년이 걸렸지만 2007년 100만 달러에 수개월, 그리고 2009년 4,400 달러에 십 수주 씩 감소하여 최종 목표인 1000달러를 향하고 있다. 기술 발달로 가격과 기간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이다. 

최근 바이오테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신약개발의 변화, 치료 기술 발전, 그리고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활동 등으로 인한 범위의 확대라고 생각한다. 한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5년 “인크레틴 계열의 당뇨병 & 비만 치료제인 GLP-1 유사체 약물의 2025년 매출이 약 700억 달러 이상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일반의약품과 달리 특정 세포를 기반으로 환자의 질환을 치료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적고 보다 효과적이다. 

또한,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인공 장기로 신약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테크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신약의 효과를 가장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기에 동물실험에 희생되는 생명을 줄이며 더 윤리적인 방법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제의 맞춤형 세포치료가 암 치료와 희귀 질환 극복의 핵심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적용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바이오테크는 앞서 말한 멸종 동물 복원 연구에도 중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여러 과학자들의 의견이 갈린다. 현재 멸종위기 동물 투자가 시급하다는 주장과 이미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여 인류에 의해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뉜다. 더불어, SF 영화 가타카 (GATTACA)처럼 유전자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분석하고 사람의 점수를 매기는 기이한 상황에 바이오테크 기술이 올바르게 사용되는 것도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윤리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2018년,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는 홍콩 국제회의에서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여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교정한 쌍둥이를 탄생했다고 발표해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인간 배아에서 CCR5라 불리는 유전자를 제거하여 HIV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게 유전자 편집을 한 것이다. 하지만 허젠쿠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공분을 샀는데, 그가 윤리적 규제를 무시하고 위험한 방법으로 생명을 태어나게 했다며 과학계에서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이오테크는 인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사용에 따른 윤리적 기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과학의 발전과 진보는 어디까지 허용되고 또 어떤 기준으로 인류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역시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위즈덤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로도 잘 알려진 생명공학기술은, 다양한 생물체의 구조와 유전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생체기능이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첨단 학문입니다. 생명공학은 자연적인 유전자의 작동 원리와 성장, 생물학적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생명공학기술은 난치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정윤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와 함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고,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 그리고 생명공학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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