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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财神) 마윈의 귀환?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 객원 에디터5기 / 전종환 기자 ]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마윈이 자신의 고향인 항저우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마윈은 1999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창업해 약 20년 만에 중국 최대 빅테크 기업으로 키워냈다. 세계 주요국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마윈을 주목했으며, 중국 내에선 자수성가의 상징이자 젊은이들의 희망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20년 10월 중국 당국의 규제를 비판한 이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상하이에서 열린 한 금융포럼에 참석한 마윈은 “중국은행들은 담보가 있어야 대출해 주는 전당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킨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여러 민영 기업들은 공동부유의 기치 아래 많은 민영기업 총수들이 경영권을 내놓거나 천문학적 액수의 강제 기부에 동참해야 했다. 특히 사영기업에도 당지부(黨支部)를 설립하게 해 중국에서 순수한 의미의 민영기업은 전멸했다는 소리마저 나왔다. 중국 당국은 마윈의 발언을 중국 공산당과 국가에 대한 도전행위로 인식하고 알리바바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 핀테크 자회사이자 마윈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주식시장 상장 절차가 중단됐다. 2021년 4월에는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알리바바에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82억 위안(약 3조 440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 때 마윈의 실종설과 체포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 태국 등 해외에서 마윈의 모습이 포착됐다. 한데 지난해 말 시진핑 주석이 “나는 민영기업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라고 선언하며 기조가 싹 바뀌었다. 재신(財神) 마윈의 컴백 소식은 알리바바 주가를 급등하게 할 만큼 위력이 컸다. 

마윈은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중국 시장에서 회사 분할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민첩성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알리바바가 회사 분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마윈의 노력이 있었다며, 마윈이 당국과의 불화 속에 2019년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막강한사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8일 장융 CEO는 임직원에게 배포한 서한을 통해 회사를 6개 독립 사업단위로 재편하는 창사(1999년) 이래 최대의 조직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6개 독립그룹은 각각 최고경영자(CEO) 책임제 하에 기업공개(IPO) 등도 추진한다. 6개 그룹은 각자 이사회를 설치해 그룹별 최고경영자(CEO) 책임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장 회장은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28일 성명을 통해 알리바바 그룹 산하에 재편되는 6개 독립그룹은 각각 크라우드인텔리전스 그룹, 타오바오 티몰 산하 전자 상거래 그룹, 지역 서비스 그룹, 차이냐오 스마트 물류 그룹, 글로벌디지털비즈니스그룹, 디지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 등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이번 조직개편이 보다 민첩한 기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대니얼 장 의장 겸 CEO는 “알리바바 그룹은 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이라며 “6개 그룹은 각각 이사회에 보고하는 자체 CEO를 두고 전적인 책임제를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경영모델을 준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중국 당국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견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직 개편은 중국 당국의 지지를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world street journal)은 마윈이 1년여 만인 지난 27일 중국에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알리바바의 구조 개편이 발표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면서 마윈이 중국 당국과 모종의 합의를 이룬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장쯔화 윈이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마윈의 복귀는 플랫폼과 인터넷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 새 지도부가 중국 경제 발전에 있어 플랫폼 회사의 위치와 중요성을 재검토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마윈과 친분이 있는 리창(李强) 신임 총리가 마윈의 귀국에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마윈은 2016년 자신의 저서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화 상대로 리창 당시 장쑤성 서기를 꼽았다.

리창 신임 총리는 지난달 취임 직후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빅테크 규제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 불식과 신뢰 복원에 나섰다.

또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과 공업정보화부가 최근 민간 기업·기업인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히고, 자유무역항 건설을 추진하는 하이난성은 민간 기업인 구금이나 기소를 가급적 자제하겠다고 밝히는 등 민간기업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행보는 코로나19 확산과 엄격한 방역 통제에 빅테크 규제까지 맞물려 작년 경제 성장률이 목표치(5.5%)를 훨씬 밑도는 3.0%에 그친 데다 올해 들어서도 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투자 촉진과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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