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1기 / 허지유 기자] 한국의 11월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라는 단일 평가 시스템을 향해 있다면,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AP, IB, A-Level 등 글로벌 교육 과정의 최종 평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5월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수험생이 학업적 성취를 증명해야 하는 연중 가장 집약적인 평가 기간이다. 최근 하교 후 학교 시설 이용 제한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 공간이 각자의 방으로 이동함에 따라, 실시간 학습 공유 서비스인 스터디 윗미(Study with me)의 이용률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교육 기술 전문 매체인 EdTech Magazine의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국제 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의 온라인 협업 학습 도구 사용량은 시험 시즌인 5월에 접어들며 평소보다 약 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청소년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 고립되어 있지만,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실시간 연결로 집단적인 시험 압박을 관리하고 있다.
멈춰버린 뇌, 생존 본능이 설계한 저전력 모드
수개월간 오답 노트를 정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지를 마주하거나 디지털 시험 화면의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사고가 정지되는 현상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손끝이 떨리고 심장이 박동하며 기억이 인출되지 않는 이른바 ‘브레인 프리즈(Brain Freeze)’ 현상이다. 신경의학 전문의 츠키야마 타카시 박사는 저서 『당신의 뇌, 얼어붙고 있다』를 통해 시험 현장에서 겪는 사고 정지 현상을 뇌의 ‘입력’과 ‘출력’의 불균형으로 정의한다. 수험생들이 시험 전까지 방대한 양의 정보를 뇌에 입력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정작 압박감이 강한 상황에서 이를 적절히 꺼내 쓰는 출력 경로를 확보하지 못할 때 전전두엽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생존 본능과 직결된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발표한 ‘스트레스 반응의 신경 생물학(Neurobiology of the Stress Response, 2020)’ 보고서에 따르면, 뇌의 감정 센터인 편도체는 시험의 시간 압박을 신체적 위협과 유사한 자극으로 인지하여 코르티솔(Cortisol)을 대량 분비한다. 이 과정에서 뇌는 고도의 논리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킨다. 이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고차원 프로세스를 축소하고 뇌를 ‘저전력 생존 모드’로 전환한 결과다.
디지털 연대와 인지적 최적화: 시스템을 리부팅하라
최근 틱톡 등 SNS에서 유행하는 ‘하이 코르티솔(High Cortisol)’ 챌린지는 이러한 생물학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며 해소하려는 세대적 특징을 보여준다. 초조한 상태를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상태에 이름을 붙여 객관화하는 라벨링(Labeling) 행위는 예일 대학교의 연구 결과처럼 편도체의 과잉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심리학계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 수험생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서로의 불안을 확인하는 행위가 사회적 지지 체계로 작용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심리적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뇌의 작동 원리를 역이용하여 다시 출력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인지적 최적화(Cognitive Optimization)’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앨리슨 우드 브룩스 교수는 시험 전 불안을 “흥분된다(I am excited)”라고 재정의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상황을 도전으로 인식하게 하여 수행 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츠키야마 박사는 뇌가 얼어붙었을 때 의도적으로 시선을 먼 곳으로 돌리거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등 작은 행동을 먼저 수행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일시적으로 저하된 사고 회로를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