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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아프간’을 보는 두 가지 시선

탈레반, 8월 31일 ‘레드라인’으로 정하고 철수 촉구

서방과 달리 중국은 대(對) 탈레반 포용 정책

<PIXABAY 제공>

[위즈덤 아고라 / 전시현 객원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군 철수시한을 거듭 강조하며 국내외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철군 시한, 제재 여부 등을 놓고 갈라지는 모습이다.

탈레반은 지난 23일 8월 31일을 ‘레드라인’으로 정하고 철수를 촉구하고 있지만 유럽연합국 등 국제사회는 시한 내에 자국민과 자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대피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철군 작업을 애초 목표대로 오는 31일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한 연장 설득에 실패한 유럽 주요국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시한 연장에 실패한 G7 유럽 정상들은 탈레반 측에 “8월 31일 이후에 (탈출을) 원하는 이들은 안전하게 출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G7은 경제적 제재 등을 통해 탈레반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아프간’을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서방과 달리 중국은 대(對) 탈레반 포용 정책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아프가니스탄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시그리드 카그 네덜란드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아프간 문제를 만든 나라인 미국은 그냥 떠나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되며, 어떤 제재를 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을 보면 탈레반에 우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탈레반 측과 원활하고 효과적인 소통과 협상을 하고 있다”라며 “카불은 자연스럽게 양국이 모든 종류의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중요한 플랫폼이자 통로”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파키스탄도 탈레반 정권 탄생을 은근히 반기고 있다. 

아프간의 탈레반 반군이 수도 카불에 입성한 15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드디어 아프간인들이 노예의 족쇄를 깼다”라고 반겼다. 그의 특별보좌관인 라우프 하산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국외 탈출하고 카불 공항이 아비규환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에서 “부패한 아프간 정부에서 탈레반으로 부드러운 권력 이양이 이뤄졌다”라고 칭송했다. 

파키스탄이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칸 총리는 미국이 인도는 중국에 맞설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면서, “파키스탄은 미국이 남긴 온갖 무질서를 청소할 때만 필요로 한다”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탈레반의 점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여성과 어린이들, 즉 약자이다. 국제사회가 경제적 이익보다 아프가니스탄에 영구적인 평화가 찾아오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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