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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에 ‘사상 최고’ 생산자물가…‘10년래 최대’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 6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

대비 등락률,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

정부 ‘유류세 6개월 전후로 20% 인하’ 검토

Illustration by Jimin Lee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국제 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며 전반적인 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2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89달러(1.06%) 상승한 배럴당 84.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0월 13일 85.74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상승으로 9월 생산자물가지수(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는 8월(110.86)보다 0.2% 높은 111.13(2015년 100 기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 출처: 한국은행 >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 108.06을 나타낸 뒤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전년 동월 대비 등락률은 7.5%로 2011년 4월 역대 최고 상승률(8.1%)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앞서 움직이는 지표인 만큼 연말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9월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생산물가가 올라간 측면이 있으며 석탄·석유제품, 1차 금속제품, 화학제품과 같은 공산품을 중심으로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공산품 생산자물가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공산품 중 석탄·석유제품(2.1%), 화학제품(0.4%), 1차 금속제품(0.4%)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농림수산품 물가는 전월 대비 0.8% 떨어졌다. 축산물과 수산물이 각 0.6%, 0.5% 올랐지만 농산품이 2.0% 하락했다.

유가는 수요공급에 의해서 움직이는데, 수요가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에 공급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상당 부분 많이 감소했기 때문에, 투자가 급감한 상태에서 바로 공급이 늘어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그린 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장기간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11월 4일 회의를 통해 생산량을 결정하는데, 그 규모를 더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유가 오름세가 정부는 유류세(휘발유, 경유, 등유 등에 부과하는 세금)를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6일, 휘발유·경유·LPG 부탄 등에 붙는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20% 인하한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인하 폭이다. 애초 정부 검토안은 역대 최대치와 같은 수준의 15% 인하 방안이었지만 당의 추가 요청을 정부가 수용하면서 인하 폭이 커졌다.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를 통해 휘발유 가격은 L당 최대 164원, 경유는 116원, LPG 부탄은 40원까지 인하가 가능하다.  

액화천연가스(LNG) 할당 관세도 기존 2%에서 0%로 한시적으로 인하한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대응을 위해 현재 할당 관세 2%를 적용 중인 LNG에 대한 할당 관세율을 인하하기로 했다”며 “상업용 LNG 사업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주유소별 재고 소진 시기에 따라 실제 가격 반영에는 다소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석유제품이 정유공장에서 나와 저유소를 거쳐 주유소로 유통되는 과정이 통상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유류세 인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유류세 인하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평가가 많지만 계속된 코로나19 판데믹 속에 국민 지원금 등 각종 복지정책으로 세금 지출이 많았던 상황에서 유류세를 대폭 인하하게 되면 국가 재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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