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구글 Gemini 제공 >
[객원 에디터 11기 / 허지유 기자] 지난 2026년 5월 5일,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딥페이크(Deepfake)로 조작된 속옷 차림의 사진을 직접 공유하며 공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는 단순히 피해 사실을 알리는 차원의 대응을 넘어선 행동이다. 가짜 이미지의 유통을 방조하는 글로벌 플랫폼과 범죄를 장난으로 여기는 가해자들을 향해 “더 이상 숨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멜로니 총리는 “나는 나를 방어할 플랫폼이라도 있지만, 많은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며 피해자의 대응 능력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방어권의 격차’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 경고는 이탈리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그리고 샤오홍슈까지 일상을 공유하는 글로벌 소셜 플랫폼은 이미 딥페이크 범죄의 주요 무대가 되었다. 하지만 국가 원수조차 사진을 직접 박제하며 싸워야 하는 이 위험한 기술 앞에서, 과연 기술의 사정권에 가장 밀접하게 노출된 알파·Z세대(디지털 원주민)는 안전한 방패를 가지고 있을까?
멜로니의 ‘방패’ vs 청소년의 ‘맨몸’
멜로니 총리는 2024년부터 제작자들을 상대로 약 1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싸워온 베테랑이다. 하지만 대다수 청소년은 사건이 터지면 ‘두려움’이 앞선다. 부모님께 알려질까 봐, 혹은 너무 수치스러워서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계정 삭제’와 ‘증거 지우기’다.
하지만 이는 가해자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증거가 사라지면 법적 대응도, 플랫폼의 차단 요청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멜로니 총리가 “오늘 나에게 일어난 일이 내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라고 경고한 것처럼, 디지털 세대에게 딥페이크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글로벌 딥페이크 방어망: 세계의 법적 대응 현황
알파·Z세대가 활동하는 무대는 국경이 없다. 따라서 각국의 대책을 파악하는 것은 보편적 인권을 찾는 첫걸음이다.
- 미국: 플랫폼 기업이 딥페이크를 방치할 경우 피해자가 직접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안(DEFIANCE Act)이 추진 중이다. 기업에 경제적 책임을 물어 적극적인 필터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 유럽연합(EU): AI Act를 통해 모든 AI 생성물에 반드시 가짜임을 알리는 ‘워터마크’ 삽입을 의무화했다.
- 대한민국: 성폭력처벌법을 통해 허위 영상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하기만 해도 법적 책임을 묻는 등 형사 처벌의 벽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경제적 책임 부과, 유럽의 기술적 투명성 의무화, 한국의 강력한 형사 처벌 등 각국이 선택한 규제 방식은 달라도, 이는 결국 디지털 세상에서 보호막 없이 홀로 서 있는 청소년들에게 실효성 있는 ‘사회적 방패’를 쥐여주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다.
“당황해서 지우지 마!” 디지털 생존 매뉴얼
사건이 터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의 보존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권고에 따라, 다음의 단계를 차분히 밟아야 한다.
① 증거 확보 (절대 원본 보존): 사진이 올라온 주소(URL)와 게시글을 캡처해야 한다. 상대방의 아이디와 프로필, 게시 시간이 보이게 찍는 것이 중요하다.
- 협박을 당하고 있다면 대화방을 나가지 말고 대화 내용을 ‘PDF로 내보내기’ 하거나 화면을 녹화해두어야 법적 효력을 갖는다.
② ‘공동 신고 대응’ (신고 릴레이): 혼자 신고하면 플랫폼은 느리게 반응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해당 게시물을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신고하자. 플랫폼의 AI 시스템은 단기간에 많은 신고가 집중될 때 이를 ‘긴급 위험’으로 인지하여 우선 차단한다.
③ 글로벌 고객센터와 전문 기관 연결:
- 국내 거주 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d4u.stop.or.kr, 02-735-8994)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1377)에 즉시 삭제 지원을 요청하자.
- 해외 거주 및 글로벌 플랫폼 이용 시: 글로벌 이미지 차단 도구인 StopNCII.org에 접속해 사진의 디지털 지문(Hash)을 등록하자. 이는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원본 사진이나 영상을 서버에 직접 업로드하지 않고도, 파일 고유의 암호화된 ‘특징 값’만을 활용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글로벌 협력 플랫폼 상의 가짜 유포본을 안전하게 추적해 차단하는 기술이다. 영문 대응이 필요하다면 Cyber Civil Rights Initiative 같은 국제 비영리 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제언: 인격권을 지키는 연대
멜로니 총리는 “나니까 버텼다”라고 했지만, 우리 사회는 청소년도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 딥페이크는 단지 개인의 이미지를 도용하는 문제를 넘어,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하고 일상을 마비시키는 중대한 범죄다.
미래 세대가 가져야 할 가장 단단한 방패는 기술적 탐지기보다 “피해는 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사회적 지지망이다. 2026년 5월, 멜로니가 던진 화두는 이제 청소년들이 스스로 권리를 당당히 외치고, 사회가 그 목소리를 지켜주는 ‘디지털 인권’의 시대로 나아가길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