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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신장 이식- 이종 간 이식 청신호될까?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정동현 기자] 지난 3월 21일(미국 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료진은 말기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릭 슬레이먼(Rick Slayman, 62세) 씨가 지난 16일, 4시간여에 걸친 수술을 통해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았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환자는 수술 5일째인 현재 회복 중으로 상태는 매우 양호하며 곧 퇴원예정이라고 한다. 매사추세츠주 교통국 매니저인 환자는 오랜동안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아왔다고 한다. 또한 2018년에는 인간 기증자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었고, 이후 5년이 지난 2023년부터 기능 부전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여 투석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이번 수술은 식품의약청(FDA) 특별 승인하에 이뤄졌으며, e제네시스(eGenesis)가 이식수술을 위해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신장을 제공했다. 이번에 이식된 신장은 환자의 체내에서 기증된 장기가 일으킬 수 있는 거부반응을 방지하고, 장기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가 장기를 기증받은 환자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69번의 유전자 조작(결함이 있는 유전자 교체)을 진행한 실험용 미니 돼지(miniature pig)로부터 채취되었다. 

e제네시스는 이번 이식수술을 위해 유전자를 교정(genome editing)한 돼지 신장을 제공했다고 알려졌다.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살아있는 환자 몸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바이오벤처 e제네시스(eGenesis)는 하버드 의대 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SPR-Cas9)로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758일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를 2023년 10월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그동안 이종장기를 이식한 실험 중 가장 긴 생존기간이다.

한편 돼지 신장 이식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가 전해진 가운데 신장 외의 다른 장기 이식에 대한 소식도 새삼스럽게 다시 부각되고 있다. 중국 연구진이 비슷한 시기에 세계 최초로 돼지 간을 사람 몸에 이식해 10일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이다. 또한 최근 일본에서는 인체 장기 이식용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가 태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신장 이식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는 신장이 이식수술 중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이고, 가장 많은 빈도로 행해지는 수술이기 때문에 많은 임상경험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장기명을 붙이지 않고 ‘이식수술’이라 칭할 경우 그 수술이 신장이식’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반적인 신장이식의 경우 5년 생존율이 85-95%이고, 좋은 면역억제제의 개발로 이식 후 성공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최초의 장기이식으로 기록되고 있는 1905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첫 이종간 이식 또한 만성신장질환을 앓던 아이에게 토끼 신장을 이식한 수술이었다.

최근 유전자 조작기술이 진보되면서 인간의 이종 간의 장기이식을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종간 이식에서는 돼지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돼지가 사람과 생물학적으로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윤리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가 지배적이다. 이번 수술에는 유카탄 미니 피그(yucatan miniature pigs)가 선택되었는데 이 돼지의 경우 다 자랐을 때 신장의 크기가 인간의 신장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1905년 이후 여러 번의 이종간 장기이식이 시도되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굉장히 드물다. 2022년 1월 최초의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이식 환자는 2개월 생존했는데 사망요인은 불명확하나 이식거부반응이 아닌 돼지 폐렴바이러스에 의한 심부전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환자는 첫 이식 환자보다는 심각한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돼지 유전자 3개를 유전자 가위로 절단 후 인간 유전자 6개를 삽입하는 등 진보된 기술을 적용하여 이식했지만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기다리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로서는 유전자 조작 돼지를 통한 장기이식 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이종 이식이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여전히 많아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수술의 최종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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