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한민국 혁신의 밑거름, 샌드박스

Illustration by Sihyun Lee

by Yeeun Kang (GEMS WIS Year 10)

18세기 초 최초의 산업 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되며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제4차 산업은 지능화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과 같은 여러 가지의 기술을 사용한다. 어떨 때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과 기술을 보여주기도 한다. 도시에서 1등도, 한국에서 1등도 아닌 ‘세계’에서 1등을 해야 사업을 잘할 수 있게 된 오늘날, 많은 기업들과 사람들이 비전과 기술이 있음에도 사회적 제약 및 여러 난관에 부딪혀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은 국가의 성패와 연관될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비전과 기술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디어와 자본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은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 진출은 규제로 인해 막힐 확률이 높다. 이렇듯 비전, 아이디어, 자본 그리고 기술이 있음에도 낡은 법 제도와 규제가 있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기업과 개인을 위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샌드박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부터 시작하고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가지고 노는 모래터를 ‘샌드박스’라고 부르는 것에서 이름을 따온 이 규제는 규제자인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규제 대상들인 기업이 얼마든지 규제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약 어떤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개입하여 그때 규제하는 것이다. 즉, 샌드박스 규제는 일단 허용한 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규제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이다. 네거티브 규제란 안 되는 것을 정해놓기 때문에 그 이외의 것들은 전부 다 허용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네거티브 규제가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규제는 대부분의 것들을 허용하기 때문에 동반되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산업환경에 맞게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 대표적인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의 혁신산업은 드론 산업으로, 시장 규모를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발명했다. 일반적인 드론은 이륙 후 20분이면 배터리가 떨어지지만,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한 드론은 몇 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 중국의 드론 산업은 규제를 앞서가고 있으며, 출시 후 안전상의 문제가 있으면 정부가 규제정책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우주 항공과 관련된 기업들의 스타트업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방의 특색을 살린 한 지역을 선정한 후, 우주 항공 기반 기업들을 그곳으로 모이게 한다. 기업에 조세 등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기업의 초기 성장을 도와주고 있어 현재 중국은 혁신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라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 기업, 대학, 연구 기관 등이 위치한 첨단 산업 단지가 조성되고 있는데,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은 전 세계에서 창업 열풍이 가장 뜨거운 곳이다. 혁신의 상징인 처쿠카페도 이곳에 있다. 처쿠카페는 젊은 예비 창업가들이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장소로, 샤오미 CEO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처쿠카페에서는 멘토들이 경험 제공, 자금 투자, 지식 공유 등으로 발전을 이끌어나간다. 2011년 4월에 만들어진 이 카페는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인 엔젤 투자자들이 창업자들의 사업 성공을 돕고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창업자와 투자자의 만남의 장소이다.

샌드박스 규제는 여러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예로 공유 미용실을 들 수 있다. 공유 미용실은 여러 명의 미용사가 공간과 설비는 공유하며, 각자의 수입을 독립적으로 가져가는 형태의 미용실로, 초기 비용이 억대인 미용실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새내기 원장들이 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자 한 칸뿐인 미용실을 운영하지만, 간판도 달며 개인 미용실처럼 만들고 운영하고 있고, 각자 사업자 등록을 하며 이제는 합법적으로 미용실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달리면서 충전이 되는, 무선 충전 버스를 개발 중이다. 완벽한 기술 구현을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며 노력 중이다. 이제는 내연 기관인 자동차가 사라지고, 전기차의 시대가 오기 때문에 도로에서 달리며 충전된다는 것은, 무한히 달릴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도로 하부에 매설한 무선 충전 시설에서 전기버스는 전력을 공급받아 주행할 수 있다. 버스가 도로를 지나가면, 도로가 자기장 역할을 하며 자동충전이 이루어진다. 이는 2010년 미국 타임즈에서 ‘세계 놀라운 50대 발명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무선 전기 버스는 2009년에 아이디어가 나왔고 기술까지 갖추고 있었지만 자동차와 도로라 국토교통부, 전기 분야는 산업통상자원부, 주파수, EMI 전자 장해 문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표준 문제로 국가기술표준원 등 인증을 받는데 3년 6개월이 걸렸다. 더군다나 충전 플러그와 충전소가 필요 없는 전기차 충전 기술을 추가로 만들었지만 또 다른 혁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분에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규제 샌드박스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의 규제를 일정 기간 동안 면제해주기 때문에, 기존에는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혔던 부분들도 샌드박스로 인해 해결이 가능하다.

독일도 우리나라와 같이 포지티브 규제를 채택한 나라이다. 그러나 이제 달라지고 있다. 본래 불법이었던 승차 공유도 이제는 가능하다. 합승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이제 합법적인데, 독일의 ‘살아있는 실험실’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Reallabore’은 실제로 실험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하는데, 베를린이나 함부르크 등 창업자들은 지정된 공간에서 합법적으로 실험이 가능해져 계속해서 신산업이 생겨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은 식품 산업에서 빠른 변화의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전통 산업의 구조에서 이제는 식품과 관련된 스타트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에는 식품 안전규제로 인해 식품 배송이 불가했지만, 샌드박스로 인해 이제는 가능하다. 독일의 한 대형마트는 식품 산업의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공유사무실에서 아이디어를 회의한다. 이는 새로운 것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어서 많은 기회이고, 개인과 기업을 위한 기회들을 많이 독려하고 있다. 

그럼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스타트업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샌드박스도 있는 만큼, 더욱더 많은 신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는 규제라는 벽이 기업과 개인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이제는 샌드박스를 통해 그 벽에 문을 만들어 또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야 하고, 더 많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처쿠카페같이 아이디어와 투자가 교류할 수 있는 정부와 민간이 만든 공간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이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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