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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멕시코 국경 난민, 이제 텍사스 아닌 캘리포니아로 간다

< FREEPIK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강세준 기자] 지난 1월, 미국 텍사스 주 정부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중남미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서 주방위군과 주 경찰을 동원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연방정부 측 요원들을 쫓아냈다. 애벗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은 밀입국자들을 처벌하는 대신 국경 방어의 의무를 다한 텍사스를 고소하려고 하였다며 자신들의 조치는 법치를 보존하며 국가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덧붙여 텍사스 군부도 밀입국자들의 불법 이민을 방지하기 위해 셸비 공원에 국경 순찰대를 배치하였다고 동일한 입장을 보였었다. 

1월 연방대법원 판결이란 미국 텍사스주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외국인들을 막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을 자르거나 제거해도 좋다는 판결을 말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텍사스주가 국경 내부 강가에 설치한 레이저 와이어가 순경순찰대의 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였고, 이를 대법원은 5 대 4로 승인했다. 

이렇듯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불법 국경 횡단이 기록적으로 급증하면서 이민자 문제와 국가 안보 인식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었으며, 이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1월까지만 해도 난민 문제는 그레그 애벗 공화당 주지사와 연방정부 간 갈등이 불거졌던 텍사스에 집중되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텍사스 경계가 아닌 캘리포니아 경계에 밀입국자들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일례로 캘리포니아 남부 중심도시인 샌디에이고의 남쪽에 위치한 위성도시 산이시드로(San Ysidro)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불법 국경 횡단이 감소한 텍사스에 비교해 보았을 때 85%나 더 증가하였다. 이는 샌디에이고 국경 검문소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을 압도적으로 넘어선 것인데, BBC에 따르면, 불법 국경 횡단으로 체포된 뒤 석방되는 인원만 해도 하루 1000명에 육박한다고 밝혀졌다. 

불법 이민자 문제가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로 넘어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역의 정치 성향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는 선거 때마다 항상 이민자 친화적인 성향의 민주당이 승리하여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 불리는 지역인 반면, 텍사스는 그 반대로 불법 이민자 문제에 강경한 공화당이 항상 승리하여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로 불리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설사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왔더라도 난민 친화적인 북부의 다른 블루 스테이트들에게 불법 이민자들을 넘겨왔었다. 하지만 늘어난 불법 이민자들을 감당하지 못한 북부 블루 스테이트들이 이민자 수용에 더 이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지난 1월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는 강경한 선택지를 둔 것이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이민자에 친화적인 캘리포니아에서는 그런 동향이 보이지 않았기에 난민들은 죽음을 감수하고 텍사스 방향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대신 캘리포니아 방향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피바다’를 조성하였다고 비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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