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고물가 시대에 버티지 못한 대중교통.. 기후 정책에도 역행하는 요금 인상

8년만의 요금 인상을 앞둔 서울시 대중교통

가스비에 이어 교통비 부담까지 최대 30% 증가할 전망

기후 정책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비판도 잇따라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4기/김민주 기자] 내년 4월을 기점으로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300원씩 오를 전망이다. 8년 만의 인상 논의에 난방비에 교통비까지 서울시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더한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시민들에게는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이번 인상에는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그중 주요 원인은 교통 공사의 만성 적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과 버스의 연평균 적자는 최근 5년간 각 5000억이 훌쩍 넘어왔다. 특히 지하철은 2020년에 처음 적자 1조를 넘어선 뒤 올해는 1조 2600억 정도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임승차를 하는 노약자 인구는 매년 증가하는데 최근 1,2년간은 코로나 19로 재택근무 등이 시행되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것이 적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노약자 무임승차 비용을 정부에 보전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인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국가적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가급적 대중교통 요금을 유지하려 했지만 적자 폭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설명했으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금 인상으로 인해 한 달 기준으로 1만 2000원이 더 나간다”라며 “월급 빼고 모든 비용이 오르는 것 아 부담이 된다”라고 답한 직장인 임모 씨(27)처럼 많은 시민들은 인상안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 거주자들 뿐만 아닌 환경단체에서도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보행 정책 후퇴이자 기후위기 대응 실패”라며 “10년 동안 운영됐던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임시 해제하며 차량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질타했으며 이민호 기후에너지 팀장은 “자동차를 줄이고 대중교통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는 기후세대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걸맞은 정책으로 볼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를 목표로 내 건 영국 런던이나 미국 뉴욕 등의 도시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에서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 대중교통 요금 수준은 20~50% 수준으로 낮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난 27일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주최한 ‘서울시 교통 현안 연속토론회’에서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외국의 대중교통 요금을 단순히 원화로 바꾸어 비교했고 물가 차이 역시 적절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는 의견이 있다. 김 정책위원장은 이날 런던, 뉴욕의 경우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요금이 각각 50%, 8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은 127% 증가했으며, 서울은 1회권 중심의 요금 구조고 런던과 뉴욕은 정기권이 있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할수록 할인이 더 많아지는 점도 간과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발과 같은 역할을 하는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서울 외에도 상당수 지자체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울산은 현재 1250원인 시내버스 요금을 내년에 1500원 안팎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대구도 내년 초 버스와 지하철 요금 인상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 전국적으로 심각한 대중교통 적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정부의 운영 혁신이 필요한 동시에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아이디어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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