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회복을 위한 첫 걸음, 스웨덴의 교육 방향 전환

[객원 에디터 11기 / 이채원 기자] 스웨덴 학교에서 학생들이 태블릿과 노트북등 전자기기를 책 대신 사용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였다. 종이 교과서보다 화면 속 자료가 더 자주 쓰였고,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쓰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현대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나라답게, 학교도 디지털 전환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따랐다. 교실에서 스크린이 많아지는 것은 곧 더 현대적이고 당연한 교육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스웨덴은 그 흐름을 되돌리고 있다. 이번 정부가 내세운 방향은 학생들에게는 디지털 기기보다 책과 종이, 손글씨가 먼저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최근 스웨덴 교육 정책은 읽기와 쓰기 같은 기초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앞세우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태블릿을 아예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초등 저학년 교실에서는 화면보다 책이 먼저, 더 많이 놓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런 변화는 몇년사이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꾸준하게 학생들의 읽기 능력 저하가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긴 글을 읽고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우려가 커졌고, 화면 중심 수업이 어린 학생들의 집중력에 꼭 도움이 되는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디지털 자료는 쉽게 보여주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지만, 그 편리함이 곧 깊이감 있는 읽기로 이어지기 쉽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결국 손으로 직접 쓰고 문장을 이해하는 경험이 곧 문해력의 기초를 만드는데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맞춰 교실 환경을 바꾸고 있다. 2024년에는 학교에서 책 읽는 시간을 늘리고 화면을 활용하여 보는 시간, 스크린 타임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실물 교과서를 더 많이 보급하고,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인쇄자료를 늘리기도 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부터는 매년 5억 5500만 스웨덴 크로나를 교과서 확보에 사용할 계획으로, 1100만 인구 학생들이 모두 충분하게 각 과목의 책을 접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또한, 스웨덴 정부는 학교를 더 ‘방해요소가 적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휴대전화 없는 학교 환경을 추진하고 있다. 교실 안에서 무엇이 중심이 되는지를 바꾸려는 것이다. 손글씨가 다시 강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단어를 화면에서 눈으로 훑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써 보며 문장을 완성해 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언어를 더 또렷하게 익힐 수 있다. 속도만 보면 손으로 쓰는 것은 비효율 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읽기와 쓰기의 기초를 익히는 어린 나이에는 빠르게 읽는 것 보다, 한 문장마다 오래 머물며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스웨덴이 복원하려는 것은 단순히 옛 방식의 필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문해력이다.
디지털 교육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스웨덴의 정책 변화는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교육에서 디지털 기기를 많이 쓰는 것이 과연 더 나은 결과로 이어졌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문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흔들리게 된다면 다른 과목의 학습도 함께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때 누구보다 빠르게 디지털 교실을 활용한 나라가 다시 종이책을 꺼낸 이유도, 결국은 가장 기본적인 능력부터 다시 붙잡아야 한다는 판단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