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의 사각지대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와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보육 교사들

[객원 에디터 11기 / 이채은 기자] 개그우먼 이수지의 어린이집 교사 패러디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500만을 넘겼고, 2편까지 제작되었다. 댓글에는 ‘과장이 아니라 미화’라는 반응과 함께 관련 직종 종사자들과 그 지인, 가족들의 공감이 쏟아지며 2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를 계기로 어린이집 교사들의 현실에 대한 뉴스와 기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영상이 많은 공감을 얻은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장면들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 교사들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는 학부모 민원이다. 영상에서는 학부모들의 쏟아지는 민원을 듣는 교사의 귀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이 있다. 이는 과장된 표현으로 현실의 압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훈육을 훈육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사생활까지 간섭하는 무리한 요구들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이 된 지금, 학부모 민원은 교사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의 집값 상승과 교육비,물가 부담 증가로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맞벌이 가정이 늘어났다. 그 결과, 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가 늘어나는 동시에 저출산으로 인해 한 아이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아이들에 대한 교육 및 양육 환경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부모들 역시 늘어났다. 아이들에 대한 민감도가 너무 높아지다 보니 사소한 문제에도 민원이 제기되고, 때로는 도를 넘는 요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은 교사의 생활지도나 훈육 방식을 더욱 위축시키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인력 부족이 꼽힌다. 안정적이고 보다 적절한 보수가 보장된 일자리가 늘어난 오늘날,  과거 높은 취업률로 인기를 끌었던 보육 교직은 청년들에게 더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처우,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 전망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인력 기피 현상까지 낳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결국 현장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경기도 부천에서 40도 가까운 고열에도 출근해 근무하던 20대 유치원 교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 교사는 39.8도에 달하는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 끝에 응급실로 이송된 뒤 결국 패혈성 쇼크로 숨졌다. 이는 병가로 인한 대체인력 조차 확보되지 않아 아파도 쉬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을 보여준다. 결국, 보육 교사들은 대체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의 결과를 모두 짊어지고 버텨내고 있다. 

보육 교사의 수는 줄어드는 반면, 새벽돌봄, 야간돌봄과 같이 과도한 업무를 요구하는 운영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유튜브 영상 속 주인공은 새벽돌봄을 위해 새벽 4시에 출근해 야간돌봄까지 모두 마친 뒤, 밤 10시가 넘어서야 마지막 아이를 하원시킨다. 이는 근무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육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줄어드는 인력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보육 시설이 사립으로 운영되는 현실 또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전체 사립유치원의 86%에 이르는 개인 운영 유치원이 한층 열악한 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 교사 노동조합은 “유아교육 현장의 노동 강도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유아교육은 무분별한 사립 지원이 아닌 사립 유치원의 법인화 추진으로 교육 현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교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보육 교사들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교사 4만 30명 중 근속연수 1년 미만인 교사의 비율은 29%에 달한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었던 만큼, 이들이 현장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아이들’이었다. 실제로 영상 댓글에서도 ‘일을 그만두었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그립다’는 교사들의 댓글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진심은 과도한 민원과 점점 악화되는 근무 환경 속에서 점점 흐릿해지고, 지쳐가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의 권리가 소중하듯 민원 대신 교사분들의 권리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더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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