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이 해주는 위로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1기 / 노은진 에디터] 어떤 노래 한 곡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면 믿겠는가? 슬럼프를 이겨내고 따뜻한 곡을 전하러 온, 미래가 기대되는 세 가수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마음을 치유하는 아티스트의 선물: 곡이 해주는 위로’를 주제로, 안지영과 악뮤(AKMU), 한로로의 음악과 그 속에 담긴 서사를 알아보자.
차가운 마음 한켠에 따뜻한 봄을 선물해주는 가수 ‘안지영’

4월 22일 발매한 새 싱글 타이틀곡 ‘Find You’는 볼빨간사춘기(안지영)가 선보이는 새로운 봄 캐럴로, 봄날 대표 감성이라는 이름값을 증명했다. 이번 싱글은 1년 6개월 만에 내놓은 신곡으로, 타이틀곡 ‘Find You’를 비롯해 ‘아름다운 안녕’, ‘나를 봄으로 데려가!’까지 각기 다른 색감의 세 곡 모두 안지영이 작사·작곡했다.
그간 볼빨간사춘기가 독보적인 음색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사랑받아 온 만큼, 이번 싱글에서는 한층 더 깊어진 감성을 선보였다. 안지영은 “혹시 마음 한구석이 차가운 봄날이라면, 볼빨간사춘기가 다시 여러분을 찾아가 따뜻한 봄이 되어드리고 싶다”는 진심을 담았다고 전했다.
이 중 타이틀곡 ‘Find You’는 10년 전에 써둔 미공개 곡이다. 10주년을 기념해 볼빨간사춘기가 팬들에게 전하는 자그마한 음악 선물인 셈이다. 볼빨간사춘기(안지영)는 ‘워커홀릭’ 활동 이후 슬럼프가 와 음악이 싫어진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람들이 매번 노래가 비슷하다고 평가해 정체성 혼란과 번아웃까지 겪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계기로 볼빨간사춘기(안지영)는 팬들에게 10주년 선물로 ‘Find You’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곡을 들으면 시간이 멈춘 듯 여전히 싱그럽다. 볼빨간사춘기가 지난 10년간 때로는 통통 튀게, 때로는 깊이 있게 그려온 음악 세계를 떠올리면 다소 심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그 안에는 팀의 개성과 10주년이라는 시점에서 떠올릴 수 있는 ‘초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오랜 기간 응원해온 팬들 역시 “노래가 시작되면 언제나 다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반응을 전했다.
볼빨간사춘기는 데뷔 후 ‘우주를 줄게’, ‘나만, 봄’, ‘나의 사춘기에게’, ‘여행’, ‘썸 탈거야’ 등 여러 발표곡을 음원 차트 정상에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이 중 ‘나만, 봄’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뒤를 잇는 봄 음원 차트 스테디셀러로 주목받고 있다.
따뜻하면서도 청량한, 그리고 개성 강한 음색은 볼빨간사춘기 음악의 지문과도 같다. 이번 싱글 역시 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볼빨간사춘기만의 독특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앨범 설명에는 봄에 대한 볼빨간사춘기의 솔직한 단상과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둔 그리움의 대상에 대한 감정도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곡의 아련함을 한층 더했다.
안지영은 소속사를 통해 “10년을 함께해온 것처럼, 시간이 흘러도 지금 이 순간들을 다시 회상할 수 있는 오래 마음속에 남을 음악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사 하나하나 속뜻이 깊은 천재 듀오 ‘AKMU’

7년 만에 새 정규 앨범 ‘개화’로 돌아온 악뮤.
긴 항해 끝에 내놓은 노래들은 국내 음원 차트 1위와 2위에 나란히 오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앨범의 핵심은 음악적 성과보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이다.
앞서 오랜 슬럼프를 겪은 동생 이수현과, 그녀를 다시 무대 위로 이끌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낸 오빠 이찬혁의 여정이 앨범 전반에 녹아 있다. 이러한 진솔한 서사는 음악을 넘어선 공감으로 이어지며 대중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기쁨과 슬픔을 모두 보듬는 듯한 노랫말에 위로받았다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인 “흐린 날과 화창한 날, 그리고 시린 날 모두 결국 하나의 과정”이라는 시선이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 아름다운 마음이야 /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 / 아주 예쁜 돌이 된단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 / 흐린 날도 화창한 날도 시린 날도 / 끼우고 나면 다 퍼즐이 될 거야”]
[“겁내지 말고 마주앉아라 / 찬란한 그림이 된단다”]
악뮤(AKMU)의 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가사의 일부이다.
4월 10일 공개된 악뮤의 신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뮤직비디오 댓글 창에는 네티즌들의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세상을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는 글부터 병마와 싸우는 가족을 향한 기도, 우울감으로 지치고 병든 마음까지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번 앨범 특유의 시적인 가사는 청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호평받고 있다.
이찬혁은 한 방송에서 “사람들은 슬픔 뒤의 기쁨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기쁨 뒤에 슬픔이 오면 이전의 기쁨마저 왜곡하곤 한다”며 “기쁨의 가치가 슬픔으로 증명되기도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중음악 평론가 임희윤은 “악뮤는 이번 앨범에서 담백한 음악을 지향했다”며 “현대인이 겪는 미움과 아픔을 음악으로 치유하는 앨범”이라고 평했다.
수록곡 ‘소문의 낙원’은 유튜브 한국 인기 뮤직비디오 1위에 오른 가운데 “우울증인데 펑펑 울었다”는 등 진심 어린 반응들이 이어졌다.
“근래 계속되는 우울감에 빠져 있었는데, 음악을 들으며 한 번에 웃고 울면서 혼자 춤췄네요.”
“동화 같은 무대다. 천국이라는 표현이 딱인 것 같다.”
“사람의 존재 이유를 알려주는 것 같다. 너무 따뜻한 곡이다.”
등의 댓글도 이어졌다.
악뮤는 신곡 발매 전 자체 채널을 통해, 오빠 이찬혁이 슬럼프를 겪어온 동생 이수현을 위해 함께 합숙 훈련을 하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일화를 공개했다.
이러한 과정은 뮤직비디오와 노랫말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뮤직비디오에는 이수현이 슬럼프를 이겨내고 행복을 되찾는 과정이 담겨 있으며, ‘소문의 낙원’에는 지치고 병든 나그네를 위로하는 이야기가 녹아 있다.
노래를 작사·작곡한 이찬혁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는데, 누리꾼들은 “동생(이수현)을 살려 내더니, 기꺼이 나와 우리를 살려 내는구나”, “진정한 명곡의 댓글에는 각자의 사연이 달린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노래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인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입춘’, ‘사랑하게 될 거야’, ‘0+0’으로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한로로는 4월 2일 싱글 앨범 ‘애증’으로 돌아왔다.
한로로는 애증을 주제로 삼은 앨범을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먼저 그렸다고 전했다. 이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밝은 느낌의 ‘애(愛)’를 담은 ‘게임 오버?’와, 반대로 어두운 느낌의 ‘증(憎)’을 담은 ‘1111’을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심경에 맞는 곡을 찾아 듣거나 두 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애증이라는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로로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가 나만의 것에서 그치면 안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소통을 통해 쌓이는 유대를 오래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혼자 넓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삶 속에서는 끊임없는 사랑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오와 혐오가 당연시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문제든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서로에게 정 대신 벽을 쌓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로로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애증에 대한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고, 그 과정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이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로로는 이번 앨범에 낭만적인 메시지를 담은 이유에 대해 “애증이라는 감정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해서”라고 설명했다.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있으며, 또 무엇을 증오하고 있으며]
[만약 어떤걸 증오하고 있다면, 그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등등, 이번 싱글을 통해서 생각의 장을 열어두고 싶다고 밝혔다.
<게임오버?>
‘게임 오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를 미워하기도, 누구로부터 미움을 받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내가 게임 오버가 되기를 바라나?’라고 생각이 든다.
그치만 절대 지지 않는 모습과 ‘내가 과연 게임 오버일까?’라는 확신한 마음을 보여준다.
목숨이 여기서 한개더라도 난 절대 너희의 미움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마음을 표현한다.
<1111>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난 한발짝 멀어지고”
“미워하는 것들 속에서 난 한없이 작아지고”
“사랑하는 것들 속에서 난 한 번의 숨을 쉬고”
“미워하는 것들로부터 난 하루를 기도하고”
한로로 ‘1111’의 가사 일부이다.
한로로는 삶을 살아갈수록 애증의 반복 속에서 복잡하고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고,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곡이라고 설명했다.
두 곡이 공개된 후,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었던 한로로의 바람이 이루어진 듯한 반응들도 이어졌다.
“한로로의 애증에 대한 생각들이 내 경험과 맞물리며 들려왔고, 내 세계를 건드렸다.”
“공부든 일이든 일상이든, 지금껏 무의식적으로 스쳐 지나갔던 감정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등 한로로가 전한 메시지에 공감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처럼 세 가수는 각기 다른 음악적 특색과 작업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지만, 수용자에게 전해지는 위로와 따뜻함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번 기사를 읽고 이들의 음악에 관심이 생겼다면, 쉴 새 없는 일상 속에서 잠시 이어폰을 꽂고 ‘곡이 해주는 위로’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