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손상을 입어도 다시 복구가 되는 신소재

2000년대 초반 미국 일리노이대 베크만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자가치유 신소재 개발.

한국화학연구원과 부경대 연구팀의 협력으로 ‘엘라스토머’ 개발

2021년 신발 밑창만큼 질기면서도 자가치유 뛰어난 소재 개발도 성공

<2018년에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개발한 자가치유 신소재. 출처: 한국화학연구원>

[위즈덤 아고라 / 김현동 기자] 자가치유 소재는 이름 그대로 손상을 입어도 스스로 다시 원상태로 복구가 가능한 신소재로 금속이나 플라스틱에 자가치유 기술을 삽입한 것이다. 의류, 신발, 자동차, 타이어,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휴대폰 필름의 새로운 소재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자가치유 고분자는 ‘형상 기억형 자가치유 고분자 (Shape memory type self-healing polymer),’ 자가집합 상분리형 고분자, 그리고 손상감지형 고분자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형상기억 고분자는 외부 힘으로 인한 손상을 입게 되면 순식간에 물질의 분자 결합이 견고해지다가 일정 시간 지난 뒤 지속되는 자극을 통해 원상태로 복구가 된다. 형상 기억 고분자는 일반적으로 빛, 열 또는 전자기장으로 형성 기억 효과를 활성화시킨다.  

자가치유 신소재의 시작은 2000년대 초, 미국 일리노이대 베크만 연구소에서 ‘다이사이클로펜타다이엔 (dicyclopentadiene)’을 함유한 캡슐을 고분자 메트릭스 안에 삽입했다. 매트릭스가 손상을 입으면 캡슐이 깨지게 되면서 다이사이클로펜타다이엔이 나와 훼손된 부분을 고체화시켜 복구한다. 다만 이 방식은 치유가 영구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자가치유 신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네덜란드 델프트 기술대학 연구진은 박테리아를 이용한 ‘바이오 콘크리트 (BioConcrete)’를 제작했다. 이집트 와디 나트룬 지역에서 발견한 특정 박테리아를 젖산칼슘, 바실러스균과 혼합하여 만든 캡슐을 콘크리트 안에 넣은 것이 바이오 콘크리트다. 콘크리트가 깨져 물과 접촉할 시 박테리아가 콘크리트의 성질에 맞는 포자가 생기면서 석회석이 생성된다.

<바이오 콘크리트. 제공: 델프트 공과대학교>

국내에서도 한국 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엘라스토머’가 있다. 기존에는 치유를 활성화하기 위해 50도가 넘어야 됐지만 엘라스토머는 20도에서 30도 상온에서도 치유가 가능하다. 회복시간도 바이오 콘크리트는 0.8mm 구멍을 메우는데 3주가 걸리지만 엘라스토머는 6시간이면 완전히 회복된다. 

또한, 올 5월, 한국 화학연구원과 부경대 공동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계적 강도를 갖는 자가 치유 신소재를 개발했다. 찢어지거나 절단돼도 스스로 원래대로 돌아가는 성질의 소재로 강도가 신발 밑창만큼 질겨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자가치유 신소재는 기계적 강도가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자가치유를 위해서는 분자가 자유롭게 이동해야 됐기에 말랑말랑한 소재를 사용하였는데, 그만큼 마찰이나 압력에 약해 상품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신소재는 인장강도 43㎫ 이상으로 신발 밑창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와 유사한 강도다. 보통 콘크리트가 10에서 40 MPa을 정도 되기 때문에 이 신소재의 강도는 콘크리트와 비슷하다. 이 소재는 외부 충격에 따라 단단해지는 정도가 달라지는 카보네이트 화합물에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TPU)을 같이 사용했다. TPU는 고온에서 잘 늘어나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저온으로 유지한 채 다시 고온으로 가하면 처음 모델링했던 형상으로 돌아가는 형상기억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부경대 엄영호 고분자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이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점도가 높지 않아 가공이 쉬워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하는 데 유리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롤러블이나 폴더블 스마트폰의 한계를 개선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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