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읽는 기술, 마음의 사생활을 묻다

꿈을 시각화하는 뇌과학의 발전과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의 과제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2기 / 이소윤 기자] 꿈은 때로 꿈을 꾼 당사자에게조차 모호하고 불분명하다. 하지만 자는 동안 뇌가 그려 낸 이미지를 해독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것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와 기계학습을 활용한 ‘꿈 해독’ 기술은 이미 실험실에서 꿈 내용을 60~90%의 정확도로 재구성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2013년 일본 교토대의 카미타니 연구진은 놀라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기계학습을 통해 수면 초기 단계에 있는 실험 참가자의 뇌 활동을 분석해 이미지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핵심 원리는 간단한데, 사람이 특정 사물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의 패턴을 찾아 나중에 수면 중 같은 패턴이 나타나면 “이 사람은 지금 사과를 보고 있구나”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꿈과 생각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윤리학자들과 법학자들은 뉴로라이트(neurorights), 즉 뇌에 관한 권리를 새로운 인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1년 칠레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정신적 통합성과 뇌 데이터 보호에 관한 내용을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에모티브(Emotiv) 같은 사용자의 뇌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들은 소송에 휘말렸고, 데이터 삭제를 명령받았다.

현재 논의되는 뉴로라이트에는 정신적 사생활권, 정신적 통합성권, 정신적 자유권, 뇌 데이터 삭제권 등이 있다.

물론 꿈을 읽는 기술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당장 모든 생각을 해독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현재 기술로는 개인의 생각을 읽는 것이 불가능하며, 특정 자극에 대한 반응에서 나타나는 뇌 활동만 추론할 수 있다. 또한 꿈 내용과의 유사성은 꿈을 꾼 당사자만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문제는 아직 기술이 완성되기도 전에 행동이나 신체적 지표 등을 통해 생각을 추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뇌파 헤드셋, 스마트워치 등 소비자 기기가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집중도, 스트레스, 선호도까지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추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문이나 얼굴은 사람을 식별하는 데 그치는 반면, 뇌파는 그 사람의 사고, 신념, 기억 등 인격적인 부분과 관련된 정보를 담고 있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꿈 해독 기술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의학, 법,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뇌 손상 환자의 상태 진단, PTSD 환자의 트라우마 분석, 수면 장애 치료 등에도 쓰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시나 판단의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기에 데이터 수집에는 구체적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의를 받는 것을 넘어 데이터 삭제 권한까지 보장해야 더욱 안전하게 기술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