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및 출처 : Open AI 생성>
[객원 에디터 11기 / 이소윤 기자]
사람은 심장이 파손되었을 때 이를 다시 재생시킬 수 없다. 심근경색이나 외상으로 심장 근육세포가 파괴되면, 인체는 손상 부위를 복구하기 위해 빠르게 섬유성 조직을 채워 넣는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흉터 조직은 수축 능력이 없고 단단하게 굳어 심장의 펌프 기능을 크게 떨어뜨리며, 결국 치명적인 심부전으로 이어진다. 반면 열대어의 일종인 제브라피쉬는 심장 손상 후 심근세포와 혈관을 새로 형성하고 형성되었던 흉터 조직까지 점차 제거하여 심장을 거의 완벽하게 재생해 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진은 이 신비로운 재생 메커니즘의 전체 과정을 장기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지도화하여 시공간 세포 아틀라스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연구들이 심장 재생 과정에서 특정 세포나 단일 시점의 변화만을 단편적으로 관찰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손상 직후부터 재생이 완료될 때까지 심장 전체의 세포와 유전자 변화를 시공간적으로 추적해 하나의 정교한 지도처럼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단일세포 분석 기술과 시간대별 추적 기법을 결합했다. 단일세포 분석은 개별 세포 하나하나에서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있는지를 정확히 판별해 내고, 시간대별 추적 기술은 특정 세포가 어느 시점에 등장해 심장의 어느 위치에서 주변 세포들과 신호를 주고받는지를 밝혀낸다. 이 두 기술의 융합을 통해 연구진은 제브라피쉬의 심장 재생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3차원 입체 구조로 분석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밝혀낸 제브라피쉬의 심장 재생 단계를 살펴보면 정교한 세포 간 협동이 돋보인다. 심장 손상 직후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면역세포들이다. 면역세포들은 손상 부위로 신속히 집결해 죽은 세포와 이물질 찌꺼기를 깨끗이 청소하고 주변 조직의 재생 반응을 유도한다. 청소가 완료되면 손상 부위 주변에 살아남은 심근세포들이 일시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탈분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심장세포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은 유지한 채, 멈춰 있던 세포 분열 및 증식 능력만 다시 회복하는 놀라운 과정이다. 이렇게 증식된 심근세포들은 손상된 위치로 정확히 이동해 빈공간을 메운 뒤, 다시 성숙한 심근세포로 재분화하여 정상적인 심장 수축 기능을 되살려낸다.
이번 연구가 가지는 가장 큰 학술적 의의는 개별 세포 하나의 능력이 아닌, 장기 전체 관점에서 세포 간 상호작용의 네트워크를 입체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 있다. 연구 결과, 심장 재생은 어느 하나의 뛰어난 특수 세포가 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수많은 세포가 미세하게 탈분화하며 서로의 증식을 돕고 신호를 교환하는 조직적인 협력이 재생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손상 위치에 따른 세포들의 공간적 배치와 시간적 순서가 맞물려 돌아가는 이 통합 시스템은 재생의학 분야에 새로운 분석 기준을 제시했다.
물론 제브라피쉬의 재생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해서 이 기술을 인간에게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제브라피쉬는 유전적·생리적 환경이 다르고, 인간의 심장은 탈분화 반응이 쉽게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유전자와 세포들이 심장 재생 능력을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지 지도 수준으로 규명해 낸 이번 연구는, 향후 인간의 심장 근육을 재건하고 심부전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유전적 단서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