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팩트풀니스”가 말하는 사람들이 루머를 쉽게 믿는 이유

우리는 왜 자극적인 정보에 끌리나
『팩트풀니스』로 살펴본 정보의 함정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1기 / 최서연 기자] 디지털 산업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정보가 빠르게 생산되고 확산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정보의 양과 속도가 증가한 만큼 가짜 뉴스와 루머 역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특히 사실에 기반한 정보보다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이 더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은 사람들이 왜 루머를 쉽게 믿고 사실과 거짓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한스 로슬링의 책 『팩트풀니스』는 이러한 현상을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연결해 설명한다. 사람들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본능과 인지 방식에 따라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 본능, 주목 필터, 공포 본능, 크기 본능은 가짜 뉴스가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확산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 된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쉽게 관심을 갖는 데에는 부정 본능이 작용한다. 부정 본능이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인간의 경향을 의미한다. 과거를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기억하거나 언론과 활동가들이 부정적인 사건을 선택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이러한 현상을 강화한다. 특히 언론의 선별적 보도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 기근, 자연재해, 정치적 실책, 부패, 질병, 대량 해고, 테러와 같은 부정적인 사건들은 뉴스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뤄진다. 물론 이러한 사건들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지만, 특정 시점에 부정적인 사건이 집중적으로 보도될 경우 전체적으로는 발전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가려질 수도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집중되어 발생한 문제를 마치 세상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가짜 뉴스 역시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다. ‘국가가 곧 붕괴한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가 전쟁 직전이다’와 같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는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정보의 사실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기 전에 내용을 받아들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동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간은 세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정보에 주목하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놓치게 된다. 『팩트풀니스』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주목 필터와 연결해 설명한다. 특히 평범한 사실보다는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거나 극적으로 느껴지는 정보일수록 사람들의 기억에 더 쉽게 남는다.

이러한 특성은 뉴스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대규모 테러와 같은 드물지만 충격적인 사건은 평범한 일상의 사건보다 뉴스 가치가 높기 때문에 더 자주 보도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접한 사건을 실제보다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점진적인 변화나 개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반면, 극적인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관심을 끌고 오랫동안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그 결과 이용자는 자신이 관심을 보인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정보를 반복해서 접하게 된다. 처음에는 하나의 콘텐츠였던 정보가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마치 사회 전체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포 본능도 작용한다. 인간은 위험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을 마주하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공포를 유발하는 정보는 다른 정보보다 훨씬 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뉴스 역시 이러한 인간의 심리적 특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위험한 사건에 대한 보도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언론의 문제라기보다 사람들이 위험을 다룬 정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가짜 뉴스는 이러한 공포 본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임박한 전쟁, 새로운 치명적인 바이러스, 경제 붕괴와 같은 내용은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쉽게 자극한다. 공포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내용을 차분하게 검토하기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쉽다. 그 결과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사건을 실제보다 크게 받아들이는 크기 본능 역시 정보의 왜곡을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사건의 실제 규모보다 눈에 띄는 몇 사례에 집중해 그 규모를 과장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전 세계가 위험하다’고 확대하거나, 소수의 사례를 사회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일반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정보의 편향은 개인의 판단을 넘어 사회 전체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팩트풀니스』에서는 위키피디아의 테러 관련 자료를 통해 정보가 특정 방향으로 편중되는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2015년 테러 사망자의 약 78%가 위키피디아에 기록되지 않았으며, 서양에서 발생한 사건은 대부분 기록된 반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약 25%만 기록되어 있었다. 이는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사건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알려질 경우, 사람들이 세계의 위험을 실제와 다르게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가짜 뉴스는 단순히 거짓된 정보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이 서로 결합하면서 가짜 뉴스가 더욱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부정적인 사건에 더 주목하는 부정 본능, 자극적인 정보에 집중하게 하는 주목 필터, 위험을 과도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공포 본능, 사건의 규모를 확대해 인식하게 하는 크기 본능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별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심리적 편향이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고, 자극적인 정보만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우리가 접하는 뉴스가 세상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극적이고 귀가 솔깃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세상의 전체 모습인 것도 아니다. 정보를 접할 때 한 번 더 의심하고, 통계와 다양한 자료를 확인하며, 우리가 가진 본능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과 같은 습관적인 작은 노력들이 쌓일 때, 가짜 뉴스가 만들어 내는 왜곡된 현실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