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은 왜 잠을 깨울까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위즈덤 아고라 11/ 김정윤 기자]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시험기간 또는 공부 중 졸음을 참기위해 밤 늦게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을 거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대부분은 카페인 특유의 각성효과,즉 정신이 맑아지고 졸음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한다. 지난 4월 연합뉴스보도에 따르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건강행태조사 결과에서 무려 고등학생 29.2%가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다고 했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한국은 전반적으로 카페인 소비가 많은 편에 속한다. 2024년 기준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16컵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2위인 싱가포르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90컵으로, 이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약 126컵 이상의 압도적인 차이다. 커피 뿐만 아니라 차, 에너지 드링크 등, 이러한 종류의 음료수는 모두 ‘카페인’이 함유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카페인은 단순히 ‘잠을 쫓는 물질’이 아니라 뇌의 특정 물질의 작용을 방해하여 뇌의 신호 전달 방식을 바꾼다. 카페인이 인체에 작용하는 화학적 원리는 무엇이며 이는 우리 어떻게 잠을 깨우는 것일까? 이번 칼럼에서는 카페인이 잠을 깨우는 이유와 이를 가능하게 는 화학적 원리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의한 카페인이란 ‘커피, 차, 초콜릿 등에 들어있는 천연 각성제로 식물성 알칼로이드 (질소를 함유한 활성 천연물질)에 속하는 흥분제의 일종’인데, 여기서 알칼로이드는 쉽게 말해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천연 화학물질 중 한 종류이다. 차, 카카오, 마테차나무, 콜라나무 열매 등에서 나오는 카페인은 이 중에 속하는 물질로, 사람에게는 잠을 깨우고 정신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카페인 외 다른 알칼로이드는 담배에 함유되어 있는 니코틴 그리고 양귀비에 있는 모르핀 등이 있다. 더 나아가, 카페인의 화학식은 C₈H₁₀N₄O₂ 이다. 카페인 자체만 봤을 때는 바늘 모양의 가루 형태를 가진 흰 색의 화합물이고, 뜨거운 물에는 잘 녹지만 차가운 물이나 아세톤, 에탄올 같은 탄소가 포함된 유기 용매에는 잘 녹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카페인은 차, 에너지 드링크, 초콜릿 등 많은 것에 포함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커피에 훨씬 더 많이 들어있다. 커피의 카페인 함량은 종류와 추출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에는 각 210mg, 110mg~210mg 수준이며, 이는 차 평균 카페인 90mg과 에너지 드링크 평균 카페인 함량 60~80mg랑 비교했을 때 에스프레소 기준 약 3~4배 이상 차이난다. 이처럼 카페인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성분이지만 단순히 ‘잠을 깨우는 물질’이라고만 이해하기에는 우리 몸속에서 작용하는 과정이 꽤나 복잡하다. 카페인이 우리 몸에 주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사실 먼저 우리가 왜 졸음을 느끼는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아데노신이다. 우리 몸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여 피곤한 상태가 되었을 때 뇌에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아데노신은 아데닌 (Adenine)이라는 질소 염기와 리보스 (Ribose)라는 당이 결합된 뉴클레오사이트로, 이 물질이 분비되면 피곤함과 졸림을 느끼게 하는 신호를 보내고 이를 통해 에너지 대사와 피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데노신은 아데노신수용체에 결합하여 신경세포의 활동을 둔화시켜 졸음을 유발한다. 아데노신 수용체는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로, 아데노신을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세포가 반응하고 졸림, 혈관 확장, 심박수 감소 등의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수용체는 종류에 따라 관여하는 부분이 제각각인데, 예를 들어 A1 수용체는 신경세포 활동을 억제하여 졸림을 유도하고 심박수를 낮추는 데 관여하는 반면 A2A 수용체는 뇌에서 졸림과 운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혈관확장에도 관여한다. 

카페인이 잠을 깨우는 이유도 아데노신과 수용체의 관계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구조가 비슷해 특히 A1과 A2A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수용체를 활성화하지 않는 길항제 (antagonist)이다. 즉, 수용체 자리는 차리하지만 정작 아데노신처럼 신호를 전달하지는 못한다.이를 바로 아데노신 수용체 길항작용이라고 한다. 그 결과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여 졸림 신호가 전달되지 않고 각성 상태가 유지되고 아데노신 억제 작용이 줄어들면서 신경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미국 국립보건원 (NIH)에 따르면 약 100mg의 카페인 (커피 약 1잔 분량)을 섭취하면 뇌 속 아데노신 A2A 수용체의 약 54%가 차단되며, 약 200~250mg을 마시면 수용체의 약 65% 이상이 차단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뇌를 흥분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집중력과 주의력을 높이는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량이 급격하게 많아지고, 이 외 다른 신경전달물질의 작용도 상대적으로 증가하여 각성 상태를 유지시킨다. 여기서 도파민은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여 신경세포를 흥분시킨다. 때문에 카페인은 따라서 화학적으로 봤을 때 카페인은 새로운 각성 신호를 만든다기보다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여 아데노신의 졸림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잠을 억제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다. 즉, 카페인은 졸음을 막는게 아니라 졸음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작용으로 심장 수축력 호흡 중추의 활동을 증가시켜 혈액 순환과 호흡을 돕기 때문에 강심제와 호흡흥분체 등 의약품의 성분으로 활동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카페인은 피로감을 없애줌과 함께 운동기능도 높여준다. 

카페인은 분자 구조가 아데노신과 비슷하기 때문에 원래는 아데노신이 결합하게 할 뇌의 수용체에 카페인이 대신 달라붙는다.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달라붙어 피로감과 졸음이 유발되기 때문에, 흔히 ‘아데노신이 없으니 몸이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결합되지 않았다고 해서 결코 우리 몸이 피로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근본적으로 카페인은 아데노신 자체를 없애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수용체를 차지하고 있던 카페인이 떨어져 나가고, 그동안 쌓였던 아데노신이 한꺼번에 작용하게 된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고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이 잘 되다가 어느 순간 몰려오는 극심한 피로감과 졸음을 느껴본 적이 있을 거다. 이러한 현상을 바로 ‘카페인 크래시’라고 한다. 카페인 크래시, 직역하면 ‘카페인 급락’은 일시적인 카페인의 효과, 즉 집중력이 오르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을 받다가 몇 시간 뒤 효과가 없어지고 정신이 멍해지는 증상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카페인 섭취량과 개인의 신진대사 속도, 수면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카페인 효과가 지속되는 3~5 시간 이후 6~8시간 정도 뒤에 갑자기 피로가 몰려올 수 있다. 

하지만 카페인에 대한 문제는 카페인 크래시만이 아니다. 커피를 자주 안 마시거나 적절량을 마시는 사람들은 보통 잠을 깨지만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한 잔만으로도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양의 커피로는 이전과 같은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 이는 우리 몸이 카페인에 적응하는 카페인 내성 때문이다. 카페인 내성은 카페인이 지속적으로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면 뇌가 이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적응하면서 생긴다. 이 과정에서 뇌는 차단된 수용체를 보상하기 위해 아데노신 수용체 수를 늘리거나 민감도를 높이는데, 때문에 이전과 같은 양의 카페인을 마셔도 아데노신이 일부 수용체에만 결합하면서 절림 신호가 전달됨과 동시에 시간이 지나면서 카페인 크래시 증상도 느끼게 된다. 결국 같은 각성 효과를 느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카페인이 필요한데, 이로 인해 카페인 내성이 생기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더 나아가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밤에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밤에 카페인을 마셔도 잠은 잘 자는 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카페인 섭취는 생각보다 우리 몸에 오랜시간 동안 영향을 준다. 카페인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는 평균 5~6시간이다. 예를 들어 오후 4시에 커피를 마셨다면 빠르면 밤 9시, 늦으면 밤 10시에도 절반 정도의 카페인이 체내에 남아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한다. 카페인이 몸에서 완전 소실되기까지는 24시간, 약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늦은 오후에 카페인을 마시면 늦게 잠에 들거나 잠이 들어도 깊은 수면을 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등, 이 둘은 대표적인 카페인 함유 음료지만 함께 들어 있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가 있다. 커피와 에너지드링크를 비교했을 때, 커피의 주 성분이 카페인인 반면 에너지드링크의 주 성분은 카페인 뿐만 아니라 타우린, 당류, 비타민 B군, 구아라나 추출물 등이 함께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에너지드링크는 당분 함량이 높은 제품이 많아 혈당을 빠르게 높여 즉각적인 활력을 주지만, 이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피로감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카페인은 양뿐만 아니라 함꼐 들어있는 성분에 따라 우리 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 성분을 잘 고려하여 적절한 카페인 양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흔히 카페인을 ‘잠을 깨우는 음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카페인은 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잠을 오게 하는 아데노신이 차단되어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피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는데, 이는 이후 한꺼번에 피로감이 몰려오는 카페인 크래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카페인을 너무 자주 마시면 내성으로 인해 아무리 같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해도 동일한 효과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더불어 카페인 섭취는 반감기 때문에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카페인은 무조건 필요한 물질도, 피해야 하는 물질도 아니며,  또 그렇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물질도 아니다. 카페인의 화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춰 적절한 양과 시간에 섭취할 때 비로소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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