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토바이를 타며 숨을 참아야 하는 도시,
하노이는 과연 만성적인 대기오염을 극복하고 ‘친환경 선도 수도’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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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에디터 11기 / 김지나 기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교통·에너지 전 분야에 걸친 대규모 정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 대기질 정보업체 IQAir 자료에 따르면 하노이는 세계 주요 대기오염 도시 순위에서 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몇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나타난다. 분지 지형에 겨울철 기온 역전 현상과 낮은 풍속이 겹치면서 오염물질이 장기간 도심에 쌓이는 구조적 문제까지 더해져, 하노이의 대기질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하노이시 인민의회는 지난 6월 15일 ‘순환도로 1호선 내 저배출구역(LEZ)’ 사업에 관한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 구역은 호안끼엠, 꾸아남, 바딘, 장보, 응옥하, 떠이호, 오쩌두아, 하이바쭝, 반미에우-꾸옥뚜지암 등 9개 동을 포함하며, 인구밀도가 높고 교통량이 많아 대기오염 압박이 가장 큰 도심 핵심 지역이다. 2026년 7월 1일부터 시범 시행에 들어간 이 조치는 오염 배출량이 많은 차량의 통행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하노이시는 한꺼번에 내연기관차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중심부부터 시작해 시행 결과를 평가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신중한 로드맵을 선택했다. 하노이시 농업환경부에 따르면 2023~2025년 사이 교통 부문이 도시 전체 PM2.5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돼, 차량 배출 관리가 대기질 개선의 핵심 열쇠로 지목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26~2030년 대기오염 저감 및 대기질 관리를 위한 국가 실행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하노이의 연평균 PM2.5 농도를 2024년 대비 약 20% 낮춰 40µg/㎥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근 지방들에도 10% 이상의 감축 목표가 부여됐다. 이와 함께 하노이시는 2030년까지 이 지역의 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약 30% 줄이고, 교통 부문 PM2.5 배출은 20% 감축한다는 구체적 목표도 세웠다. 시 당국은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을 맞바꾸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저배출구역을 대기질 개선과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통 부문의 녹색 전환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하노이시는 2030년까지 운행 중인 모든 시내버스를 전기버스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나아가 택시와 개인 교통수단까지 청정에너지 기반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2030년까지 하노이 시내의 모든 휘발유·디젤 택시를 전기차 또는 친환경 차량으로 전면 전환하기로 하고, 친환경 차량 비중을 2026년 64%부터 매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 로드맵도 발표했다. 순환도로 1호선 지역에서는 약 45만 대에 달하는 휘발유 오토바이에 대한 지원·교체 사업도 예정돼 있으며, 저배출구역 내 거주자가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할 경우 최대 500만 동(약 27만 원) 수준의 재정 지원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오토바이 운전자 다수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계형 종사자라는 점에서, 충전 인프라 부족과 전환 비용 부담이 현실적인 난제로 남아 있다.
교통 외에도 하노이시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휘발유 소비를 약 10%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E10 바이오연료를 애초 계획보다 앞당겨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 공급하기로 했으며, 주차장과 쇼핑몰,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건설부, 과학기술부, 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이 각각 옥상 태양광 발전 확대, 에너지 관리 기술 적용,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한 금융·신용 메커니즘 마련 등 역할을 분담해 종합적인 에너지 관리 체계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필자의 실제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통학 시 호출 앱을 통해 오토바이를 자주 이용하곤 하는데, 도로에 나설 때마다 공기 오염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게 된다. 정체된 도로에서 밀려오는 매연을 맞닥뜨릴 때면 저배출구역 도입과 전기 오토바이 보급 정책이 왜 시급한지 실감하게 된다.
이와 달리 최근 방문한 하노이 근교 ‘에코파크(Ecopark)’에서의 경험은 인상적이었다. 넓은 녹지 조성으로 공기 질이 현저히 쾌적했고, 하노이가 지향해야 할 친환경 도시의 미래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노이의 친환경 전환은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진행되고 있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대중교통이 현재 도시 전체 교통 수요의 약 18% 수준밖에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토바이 의존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으며, 전기차·전기 오토바이 전환에 따르는 초기 비용 부담을 저소득층이 감내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의 실효성도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할 때 이러한 녹색 전환 정책이 단기간이 아닌 15~20년에 걸친 장기 로드맵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저배출구역 시행과 전기버스·택시 전환, 청정에너지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하노이가 만성적인 대기오염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선도적이고 쾌적하며 지속가능한 수도’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염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선도적이고 쾌적하며 지속가능한 수도’ 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