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우성훈 기자] 우리는 전기를 생각하면 발전소나 배터리 같은 장치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 몸속 세포도 매 순간 전자를 이동시키며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숨을 쉬고 근육을 움직이며 생각할 수 있는 이유도 결국은 이 작은 전자들의 움직임 덕분이다. 이러한 과정은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며, 생명 활동에 필요한 ATP 대부분을 만들어 낸다. 최근에는 이 전자 이동 과정이 단순한 화학 반응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짧은 순간에는 양자역학적 현상도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생명과학과 물리학이 만나는 흥미로운 연구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전자전달계는 미토콘드리아 안쪽 막에 위치한 여러 단백질 복합체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이나 지방은 여러 화학 반응을 거쳐 NADH와 FADH₂라는 분자에 전자가 저장된다. 이 분자들은 전자를 전자전달계에 전달하고, 전자는 복합체 I부터 IV까지 차례대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수소 이온을 미토콘드리아 막 바깥쪽으로 이동시키는 데 사용된다. 이후 수소 이온이 다시 막 안으로 흘러 들어오면 ATP 합성효소라는 단백질이 회전하며 ATP를 만들어 낸다. 하나의 발전소가 물의 흐름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처럼, 세포도 전자와 수소 이온의 흐름을 이용해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자의 이동이다. 전자는 단순히 한 단백질에서 다음 단백질로 뛰어가는 것이 아니라 철-황 클러스터와 시토크롬 같은 금속 착물을 거치며 매우 빠르게 전달된다. 이때 전자는 입자의 성질과 함께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리학에서는 양자역학으로 이를 설명한다. 최근 일부 과학자들은 전자가 이동하는 동안 여러 가능한 경로를 동시에 탐색한 뒤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하는 양자적 거동이 나타날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증명된 이론은 아니지만, 이러한 현상이 존재한다면 세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효율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세포는 양자 현상이 잘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세포 안은 약 37도의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많은 분자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충돌한다. 일반적으로 양자 상태는 이러한 환경에서 매우 빠르게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최근 연구에서는 전자가 단백질 내부를 이동하는 수조 분의 1초 동안은 양자적 성질이 유지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즉, 양자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가 이동하는 데 필요한 아주 짧은 순간만 유지되어도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은 연구 중 하나는 영국 셰필드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진이 2024년 국제학술지 PNAS에 발표한 연구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의 복합체 I을 원자 수준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전자가 철-황 클러스터를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조사했다. 기존에는 전자가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음 지점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했지만, 연구 결과 전자의 이동 속도와 효율은 주변 단백질 구조와 미세한 진동, 그리고 양자역학적 터널링 현상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진은 단백질 내부 원자들의 아주 작은 움직임이 전자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하도록 돕는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생명체가 단순한 화학 반응만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자 수준의 매우 정교한 물리적 원리까지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몸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의 움직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세계에서 움직이지만, 그 결과는 우리의 심장 박동과 근육 운동, 그리고 뇌 활동으로 이어진다.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 연구는 화학과 생명과학뿐 아니라 물리학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어쩌면 세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의 이동을 이해하려는 연구는 생명체가 얼마나 복잡한 원리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위즈덤 네이처]생화학은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과 생명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에너지로 전환되거나, DNA 속 정보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 효소가 반응 속도를 바꾸는 원리까지 모두 생화학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생명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단백질의 접힘, ATP의 역할, 효소 촉매 작용, 유전자 발현, 혈당 조절, 세포막 신호전달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와 연결해 생화학의 개념을 위즈덤 아고라 우성훈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에서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