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아고라 / 신승우 기자]중국 지도에서 네이멍구(내몽골) 일대를 들여다보면, 바오터우라는 도시가 있다. 이름도 생소한 이 공업도시는 인구 300만의 평범한 중국 내륙 도시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는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상당 부분이 묻혀 있다.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텔븀.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들이지만, 이 원소들 없이는 전기차 모터가 돌지 않고, 스마트폰 스피커가 소리를 내지 못하며, 첨단 전투기의 유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는 이 땅 위에 묻힌 것들에 생각보다 훨씬 깊이 종속되어 있다. 2025년 11월, 일본에서 한 문장이 이 모든 종속의 대가를 청구하는 계기가 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국회 연설에서 말했다.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군함을 사용하고 무력을 행사한다면, 이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 현직 총리로서는 전례 없는 발언이었다. 중국은 즉각 레드라인 침범으로 규정했다.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가 SNS에 “더러운 목을 자르지 않을 수 없다”라는 표현을 남기면서, 양국 갈등은 외교 마찰을 넘어 경제 전쟁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땅속에 묻힌 패권
희토류는 17개 원소의 집합이다. 매장 자체가 희귀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채굴과 정제 과정이 극도로 복잡하고 환경 파괴가 심해, 비용을 감수하고 이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나라가 사실상 중국뿐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 정제 가공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미국도, 일본도, 유럽도 수십 년간 이 구조를 알면서도 바꾸지 못했다. 저렴한 중국산을 쓰는 것이 더 편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공급망 다변화를 일찍부터 추진한 나라다.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보복을 가하자, 일본은 호주·캐나다 등지로 공급처 다변화에 나섰다. 그 노력으로 중국 의존도를 한때 90%에서 60% 수준까지 낮췄다. 그러나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모터에 필수적인 고성능 네오디뮴 영구자석 등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한다. 이번 이중 용도 품목 수출 금지 이후, 닛산을 비롯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핵심 소재 수입 급감으로 생산 설비 가동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이와 유사하게도 2025년 당시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던 시점에 중국이 7개 희토류 품목 수출을 특별 허가제로 전환했을 때, 미국의 포드는 핵심 부품 수급 불능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업계 전반에 걸쳐 공급망 불안정성이 현실화했다. 세계가 중국의 지하자원 통제력 앞에 얼마나 구조적으로 취약한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중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아시아 희토류 공급망은 하나의 맞물린 기계로 작동한다. 중국이 원소재를 캐고, 일본이 가공 소재로 만들고, 한국이 완제품으로 조립한다. 이 공급망 사슬에서 일본이라는 중단 마디가 끊기면, 우리나라의 생산 라인은 원소재를 직접 가공할 기술도, 인프라도 없이 멈추게 된다. 우리나라는 희토류 수요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영구자석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88%에 달한다.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중간 공정 단계가 없다. 희토류를 산업 소재로 변환하는 중단 제련 기술과 인프라가 국내에는 사실상 없다. 대회 경제 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에 따르면 희토류 및 영구자석 수입 제한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의 수출액은 최대 24.2%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차전지 산업도 10.8%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쏜 총알이, 그 뒤에 줄지어 선 국가들에 확대되는 구조다.
홀로서기 하는 일본
여기서 지정학이 중요한 변수로 끼어든다. 중일 갈등이 격화되는 동안, 미·중 관계는 역설적으로 화해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5년 10월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무역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에 부과하던 일부 관세를 낮추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를 1년간 유예했다. 동맹국 일본이 중국과 충돌하는 동안, 미국은 중국과 악수하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편을 들기는커녕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이 이 싸움에서 실질적으로 혼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중 강경 노선으로 국내 지지율 70%를 달성했다. 그 지지율이 강경 노선을 강제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중국에 굴복하는 모양새는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렵지만, 미국의 지원 없이 중국의 경제 압박을 홀로 버티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일본 언론이 이번 사태로 20조 원 이상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이 맥락에서다. 강경함과 고립 사이, 일본은 좁은 외줄 위에 서 있다.
다음 단계
공급망을 중국에서 떼어내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심해저 희토류 채굴을 탐색하고 있고, 미국은 관련 인프라 구축을 독려하며 호주, 캐나다 등과의 자원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대안들은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광산 개발에서 정제 인프라 완성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 공백의 시간 동안, 세계는 여전히 바오터우의 땅속에 묻힌 것들에 기댈 수밖에 없다. 중일 갈등은 단순한 외교 분쟁이 아니다. 전후 수십 년간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구축해 온 공급망 구조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가장 저렴한 곳에서 사고, 가장 능숙한 곳에서 만들고,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곳으로 보내던 세계화의 논리는, 그 사슬의 어느 한 마디가 적대 관계에 놓이는 순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역설적으로 바오터우의 광산은 오늘도 가동 중이다. 세계가 다투는 사이, 땅속 자원은 묵묵히 제 자리에 있다. 달라진 것은 자원이 아니라, 그것을 쥔 손이 이제 무기임을 공공연히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선언 앞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