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시작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이승원기자] 인간은 기본적으로 노동보다 편리함을 추구한다. 효율을 중시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노력 속에서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존재가 일을 대신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로봇의 개발을 시작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 장치, 즉 오토마톤의 개념을 통해 노예제의 종말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기계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각자 맡겨진 일을 수행하는 세상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현대에 이르러서야 부분적으로 실현되었다. 기원전 3세기경 비잔티움의 필론은 자동 하인을 제작했는데, 압력과 무게, 진공의 원리를 이용해 작동했다. 자동 하인의 손에 빈 컵을 올려놓으면 컵의 무게가 장치를 작동시켜 음료가 따라지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기원전 1세기 무렵 헤론은 스스로 움직이며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모래 수레를 제작했는데, 이는 프로그래밍 개념의 시초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초기 로봇들은 정해진 동작을 수행할 뿐 스스로 사고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의 로봇과는 거리가 있다.
로봇 발전의 시초
장난감 제작의 대가로 알려진 자크 드 보캉송은 1740년 로봇 오리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실제 오리처럼 날개를 펄럭이고 곡물을 먹을 수 있었으며, 섭취한 곡물을 고무관을 통해 배출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플루트를 자동으로 연주하는 기계도 제작했다. 손가락 역할을 하는 장치가 플루트 구멍을 막고, 인간의 호흡을 모방한 기계장치가 공기를 불어넣는 방식이었다. DNA의 개념이 밝혀지기 이전, 연구자들은 생명체의 모습을 모방하기 위해 이러한 기계적 방식을 활용했다. 그러나 로봇 발명 열풍은 점차 식어갔다. 기계 장치만으로 생명체의 작동 방식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작은 동작 하나를 위해 거대한 장치를 제작해야 했고, 설계 과정 또한 복잡했다. 이러한 이유로 로봇은 한동안 역사 속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발전
2차 세계대전 이후 컴퓨터와 전자회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단순한 기계 장치를 넘어,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한 제어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윌리엄 그레이 월터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를 넘어, 자율적으로 반응하는 로봇을 제작했다. 그는 뇌 신경과 행동 간의 관계를 연구하며, 인간의 행동이 전기 신호에 의해 촉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윌리엄은 환자들 앞에 슬라이드를 설치하고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넘어간다고 설명한 뒤, 실제로는 신경에 이식된 전극에 전기 신호를 보내 슬라이드가 넘어가도록 했다. 이를 통해 그는 인간의 행동 이전에 뇌에서 전기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는 이후 로봇 제어와 뇌-기계 인터페이스 개념의 기초가 되었다. 이 전기 신호 기반 제어 개념을 토대로 로봇 기술은 점차 발전했고, 전자식 산업 로봇의 양산화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이루어졌다. 기계에서 전기로 로봇을 움직이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로봇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람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신체 구조를 본떠 만든 로봇으로, 인간과 유사한 골격과 움직임을 지닌다. 일본에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으로 인해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최근에는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역시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개발 국가다. 미국은 초기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빠른 기술 발전을 통해 NASA를 중심으로 우주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휴머노이드 개발에 힘써왔다. 한국 역시 국가 차원에서 휴머노이드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휴보가 있다.
현재의 로봇
현재 로봇 기술은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AI 로봇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안드로이드는 외형적으로 인간과 매우 유사한 로봇으로, 피부 질감과 표정까지 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외관 기술이 AI와 결합되면서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로봇의 등장이 예측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로 인명 구조, 물류 운반, 조립 작업 등 힘이 필요하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활용되고 있다. 2024년 3월, 미국 기업 FIGURE는 오픈AI와 협력해 휴머노이드 로봇 Figure 01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상황을 인식해 설거지를 하거나 식기를 정리하고, 사람의 질문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휴머노이드와 안드로이드는 점차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AI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며,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만든다. 현재 로봇은 음식점 주문과 배달 등 일상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그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로봇과 우리의 삶
AI와 결합된 로봇이 일상에 스며들면서, 도시는 이에 맞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존 AI 허브에 더해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서울 AI 테크시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AI 테크시티는 국내외 로봇 연구기관과 AI 기업을 유치해 산업계·학계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주거와 문화 기능을 결합한 자족형 혁신 공간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또한 수서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해 연구개발부터 실증, 시민 체험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목표로 한다. 더불어 로봇 테마파크와 로봇 과학관 조성을 통해 시민들이 로봇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세대와 다음 세대가 로봇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시도다.
이처럼 로봇은 점점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며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는 AI와 로봇의 결합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로봇은 동시에 인간을 위험에서 구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로봇의 발전은 위협보다 더 큰 이득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며, 우리의 삶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다.
[위즈덤 TECH]기술을 생각하면 보통 사람들은 거대한 기계나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 혁신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술은 우리의 삶 어디에나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냉장고, 집을 시원하게 해주는 에어컨, 심지어 책상과 의자까지 기술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갈지도 모르는 순간들 속에서는 기술은 어딘가에 숨어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것들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소개하려 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이승원 기자의 ‘위즈덤 TECH’으로 숨어있는 기술들을 함께 배워 보세요.
